◎휴지처럼 구겨진 버스 유혈낭자/“관계자 전원 구속하라” 시민 분통 일순간에 무너져 내린 성수대교 붕괴현장은 「선진 한국」구호에 가려 있는 우리 사회의 취약하기 이를데 없는 근본이 여지없이 드러난 듯한 모습이었다. 폭격을 당한듯 다리 한복판이 무너진 사고현장 주변에서 생존자들과 시민들은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사고가 날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시민들은 또 『다리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들과 다리 건설관계자들을 모두 구속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탁한 한강물위에 간신히 떠있는 콘크리트상판위에 뒤집힌채 처박힌 16번 시내버스는 종이조각처럼 구겨진채 유리창이 모두 부서지고 좌석등 내부 구조물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고직후 시내버스주변에는 피해자들이 흘린 피가 흥건히 고여있었고 10여구의 시체는 버스밖으로 튕겨져 나와 있었다. 강물위에는 물속으로 추락한 차량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기름이 흘렀고 승용차 시트등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상오10시10분께 대형 크레인으로 바로 세워진 버스안에는 미처 수습되지 않은 사망자들의 유해 일부와 학생들의 책가방 핸드백 안경등 유류품이 피범벅이 된 채 뒤엉켜있는 참혹한 모습이었다. 구조대원들은 『사망자들은 모두 좌석에 앉은채 압사했다』며 『부상자들도 찌그러진 차체 내부구조물에 끼여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승용차를 몰고 다리를 지나다 10여 앞에서 시내버스등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유해필씨(42·선경증권 법인영업1부장)는 『핸드폰으로 112와 119에 신고를 했으나 상황실 근무자들은 「어딥니까」 「정말입니까」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늑장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유씨는 『다급한 마음으로 내무부 당직실로 3차례 전화를 했으나 아예 응답이 없었으며, 다시 청와대 민원실에 사고를 알리고 「헬기와 잠수부가 필요하다」고 외쳤으나 「당신 누구냐」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소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씨가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교통방송에서는 즉각 『현지상황을 리포트 해달라』고 요청, 대조적이었다고 전했다.
○…성수대교 양쪽의 한강대로 부근에는 1천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나와 구조작업을 애타게 지켜보다가 사망자들의 시체가 나올때마다 탄식을 터뜨렸다.
시민들은 『육·해·공에서 잇따라 사고가 나더니 다리까지 무너졌다』며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느냐. 정부관계자와 건설회사 관계자들을 모두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주변에는 사고발생시간을 전후해 성수대교를 지나간 시민들의 가족들이 찾아와 사망자 명단을 확인하느라 애를 태웠다.
서울대병원에 근무하는 신영자씨(54·여)는 『아들이 승용차로 상오6시40분께 나를 병원에 데려다준 뒤 강남으로 가기위해 성수대교를 지나갔을 것』이라며 『회사에 연락했더니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고해 달려왔다』고 말했다.
○…사고발생 1시간40분여가 지난 상오9시30분께 다리 북단쪽의 남은 상판이 심하게 흔들려 취재진과 구조관계자 2백여명이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을 겪었다.
상오8시께 최형우내무부장관 이원종서울시장, 이세기민자당정책위의장, 김화남경찰청장, 도일규수방사령관등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와 구조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지시하는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사고직후 가족, 친지등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폭주해 이날 상오8시부터 상오11시까지 시내외 통화량이 전날에 비해 지역별로 최고 1백33%까지 급증했다. 한국통신에 의하면 광주전화국을 통해 서울로 오가는 전남 광주지역 시외통화가 상오9∼10시 1백33%나 폭증한 것을 비롯, 혜화 구로전화국이 관할하는 서울지역 시외통화도 45% 늘었으며 성수대교 인근인 영동 반포 행당전화국의 시내통화량도 44% 증가했다.【황유석·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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