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상판·골조부식 방치예사/9개교량 관리원 고작4명뿐/「진단」은 커녕 청소·도색에만 매달려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교량관리행정의 부재로 빚어진 인재였다.
서울시내에는 현재 3백7개의 크고작은 교량이 있는데 이 중 한강을 가로지르는 대형교량은 15개로, 이들 다리의 관리실태는 「수박겉핥기식」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다리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은 지난 36년 한강 최초의 현대식 교량인 광진교가 들어선지 56년만인 92년에야 처음 시도됐다. 그나마 92년 7월부터 올 7월까지 실시된 2차례의 안전진단은 건설된지 20년이 지난 한강교량 4개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건설연한이 15년인 성수대교를 비롯한 11개의 한강교량은 여전히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돼왔다. 또 정밀진단이 실시되지 못한 교량은 관리요원이 1년에 4차례에 걸쳐 육안으로 안전상태를 확인하는 원시적인 점검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시는 92년말 한강건설사업등으로 수심이 깊어져 수중에 잠긴 교각의 부식이 심각하다는 언론의 지적에 따라 15개교의 교각부분만을 정밀진단했다. 15개중 12개 교량의 교각이 물에 깎여 교량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토대로 서울시는 교각밑부분에 콘크리트와 철골로 부식된 교각을 감싸는 보강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완공년도가 84년으로 불과 10년밖에 되지않은 동작대교를 비롯해 건설연한이 20년이 못되는 6개교량의 교각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돼 시의 교량유지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또 노후정도가 심한 잠실·마포·양화·한남대교등 4개다리를 대상으로 교각점검과 함께 상판, 철골조등 교량전체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상판의 노후와 골조의 부식이 지적됐다. 그러나 이들 교량에 대한 보수는 95년이후로 미루어져 시가 이들 교량의 안전에 얼마나 소홀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와함께 시가 올 국정감사에서 밝힌 한강교량보수실적에 의하면 81년이후 실시한 54차례의 보수중 구조물변경을 통한 구조하자에 대한 보수는 1건도 없었으며 모두 교량중간에 교량을 이어주는 신축이음장치나 낡은 상판의 도로보수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5개 한강교량을 관리하는 인력의 비전문화와 예산부족도 함께 지적돼야 할 사항이다. 일례로 사고가 난 성수대교를 관리하고 있는 동부건설사업소의 경우에는 교량보수를 담당하는 보수과 정식직원은 8명으로 이들이 천호·잠실·한남대교등 8개교량과 잠실철교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더욱이 전문가적인 소양이 없이 채용된 이들이 매년 4차례 하는 정기안전점검이라는 것이 청소, 누수, 도장상태등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요식행위여서 이들이 구조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기란 사실상 0%에 가깝다.
실제로 동부건설사업소가 올해 성수대교에 대해 실시한 3차례의 안전점검보고서에 의하면 전혀 구조적인 결함은 없었으며 3차례 모두 신축이음장치의 불량만을 지적하고 있다.
교량보수에 투여되는 예산의 경우 올해에는 2백2억원이 책정됐으나 이 규모로는 교량의 상판보수도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시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결국 내구연한을 50년으로 보고 설계·시공되는 교량이 10년도 채 안돼 보수를 해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은 설계에서부터 보수까지 눈가림으로 일관되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이영섭기자】
□교량붕괴사고 일지
▲74.5.14=서울 도봉구 월계동 경춘선 한천철교 9번째 교각이 5도가량 기울며 선로 30가 휘어 열차운행 중단.
▲83.6.13=대구 서구 상리2동 금호대교 교각 붕괴. 인부 2명사망·4명중상.
▲85.6.29=경기 성남시 여수교붕괴. 15명 중경상.
▲85.10.27=서울 강남구 개포동 영동5교 40여 붕괴.
▲89.4.8=서울 송파구 풍납동 올림픽대교 건설공사 중 교량본체와 올림픽대로를 연결하는 접속교량 70여가 붕괴돼 1명 사망·2명 중상. 콘크리트타설 작업중 하중을 이기지 못해 붕괴됨.
▲91.3.26=경기 하남시 창우동 3의5 팔당대교 건설공사중 상판을 받치고 있던 철제빔이 무너지며 사장교 중간 3백40중 1백96가 붕괴. 1명 사망.
▲92.5.5=팔당대교 중앙탑 4개 중 1개 균열, 공사 재중단.
▲92.7.30=경남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와 창선면 지족리를 잇는 창선대교 중간 4·5번교각이 붕괴. 1명 사망.
▲92.7.31=서울 강서구 개화동과 경기 고양시 행주외동을 잇는 신행주대교공사 현장에서 교각 10개와 상판 8백여, 주탑 1개 붕괴. 상판위에 있던 50톤 하이드로크레인등 각종 중장비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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