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버공법 이음부분에 취약점/하중기준 낮아 교통량 못견뎌 출근길 참사를 몰고온 성수대교의 붕괴원인이 다리의 건설공법에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다리가 건설된지 15년이나 지나 관리와 유지·보수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이 대다수 관계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공법이나 설계, 시공측면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성수대교의 붕괴형태로 볼 때 교량공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교량공법은 교량 상판과 교량을 떠받치고 있는 교각을 어떤 형식으로 연결하며 교량의 상판을 지탱하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이같은 외견상 방식으로 교량은 단순교와 연속교 게르버교 현수교 사장교 아치교등으로 나뉘는데 이번에 붕괴된 성수대교의 공법은 게르버교다.
게르버교는 교각과 교각위에 상판을 얹어놓되 교각마다 상판을 올려놓지 않고 두 개의 교각 위에 트러스골조를 연결한 긴 상판(앵커 스팬)을 얹어 놓은 뒤 짧은 상판(서스펜션 스팬)으로 두 개의 긴 상판을 엇갈리게 맞물리도록 하고 이를 연결하는 굵은 철핀을 연결부위에 꼽아 지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각이 아닌 다리 중간에 긴 상판과 짧은 상판을 얹은 철골구조의 이음부분이 생기게 된다.
건설부 최주형건설기술국장은 이번 성수대교의 붕괴가 다리 상부구조의 이음부분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진데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밀하게 뜯어보면 긴 상판과 짧은 상판을 엇갈리게 물려 놓은 이음부분이 출근길에 몰린 교통량을 견디지 못하고 철골조와 함께 부러지면서 짧은 상판부분 전체가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건설부의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것은 성수대교의 붕괴구간과 게르버공법으로 건설한 성수대교의 짧은 상부구간이 48로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게르버공법에 의해 건설된 성수대교의 설계구조 자체가 상부 이음부분의 취약성을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르버공법은 상판의 이음부분을 교각지점이 아닌 교각과 교각사이에 설치함으로써 교각간 거리를 넓게 할 수 있어 공사비를 아끼고 외관상 보기에 좋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교각과 교각 사이에 상판을 올려놓지 않는 방식이어서 다리 중간에 있는 이음부분이 약하다는 취약점을 기본적으로 안고 있다.
관계전문가들은 설계 자체에서도 문제점을 찾고 있다. 성수대교는 77년까지 적용된 DB(도로나 다리 설계때 적용하는 하중단위) 18톤의 설계하중으로 건설됐다. DB 18톤은 최적 32.4톤, 최대 40톤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하중설계다. 그 뒤 78년부터는 최적 42.3톤을 견딜 수 있는 DB 24톤의 설계하중을 적용하도록 했다. 성수대교는 DB 18톤기준이 적용되던 77년에 설계된 다리이다. 따라서 이후 강화된 설계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교통량이 주는 무게를 구조적으로 견딜 수 없게 된 셈이다.
관계자들은 따라서 성수대교가 이음부분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게르버공법으로 건설된데다 최근의 교통량 폭증을 모두 감안하지 않은 하중기준이 적용된 다리여서 출근길 교통량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붕괴원인을 잠정 결론짓고 있다.
▷DB란◁
도로나 교량등이 하중을 견뎌내는 능력을 숫자로 표시할 때 사용하는 기호이다. 이 기호의 유래는 다소 엉뚱하게도 우리말의 「도로」의 영문 첫자 「D」와 「반견인차(세미트레일러)」의 영문 첫자 「B」를 따서 만든 조어이다. DB는 도로나 교량이 받는 하중치와 도로구조등을 감안해 계산한다. 미국에서는 HS, 일본에서는 TT를 사용한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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