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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수치”… 침통·분노/다리붕괴 참사 여야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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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수치”… 침통·분노/다리붕괴 참사 여야 표정

입력
199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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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관리 부실합작” 인책론/민자/“총체위기” 국정대쇄신 요구/민주 정치권은 경악과 비통속에서 엄중한 책임추궁을 요구했다.당초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계획하고 있던 국회는 사고의 충격이 너무 큰 탓에 일정을 변경,이를 24일로 연기시켰다.대신 내무위와 건설위 합동의 여야 조사반을 구성, 하오에 현지에 급파했다.이같은 결정은 이날 상오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총무회담에서 신속히 내려졌다.

 예정보다 1시간늦은 상오 11시에 열린 본회의는 조사반구성과 의사일정변경을 의결한 뒤 5분여만에 끝났다.황락주국회의장은 침통한 표정으로『성수대교 붕괴참사는 있을 수 없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고』라며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황윤기 박희부 차수명 이상재 손학규 조진형(민자)김종완 이장희 김옥천 이원형 제정구(민주)이학원의원(무소속)등 진상조사반은 하오에 곧바로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진상조사활동을 벌였다.

 ○…민자당은 망연자실하며 침통한 반응 일색이었다.당직자들은『도대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정부측의 한심한 행정자세에 분통을 터뜨렸다.일부에서는 공공연히 개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했다.『총리가 사표를 내겠다는 뜻을 당지도부에 전달해 왔다』는 미확인소문까지 나돌았다. 이를 근거로 금명간 내각총사퇴와 개각을 점치는 의견도 적지않았다.

 민자당의 첫 대응은 상오9시께의 고위당직자회의였다.김종필대표와 문정수사무총장 서청원정무장관 박범진대변인등 참석자들은 TV의 사고현장생중계를 시청하며 아예 말을 잊었다.박대변인은 회의가 끝난뒤 논평을 통해『시공회사와 관리책임을 맡고있는 정부기관에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문총장은『전시행정과 신속일변도의 건설 풍토가 참사를 낳았다』면서『세계적으로 창피한 일』이라며 어이없어했다.민자당은 회의직후 기획조정실(실장 강삼재)에 보상등 당차원의 대책마련을 위해 종합상황실을 설치했다.

 민자당은 이어 상오10시50분께 다시 고위당직자회의를 가졌다.사고현장을 둘러보고 온 이세기정책위의장,여야총무회담을 마친 이한동총무등 회의정규멤버가 모두 모였다.회의는 대정부질문연기등 총무회담합의사항을 추인하고 정책위에서 별도로 정책적 측면에서의 대책을 강구토록 했다.

 이의장은『구조적으로 얽혀있는 건설및 관리행정의 문제점이 사고를 불러왔다』며 전국 교각의 일제점검을 주장했다.백남치 조부영정조실장등도『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관련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참사소식이 전해지자 경악과 분노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민주당은 곧바로 국회에서 긴급최고회의,의원·간부연석회의,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었다.

 긴급최고회의는 사고의 원인을 통치능력의 부재,공직자의 복지부동,고질적인 부정부패로 규정하고 내각총사퇴를 요구했다.사안의 중대성때문에 많은 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최고회의는 자연스럽게 의원·간부연석회의가 됐다. 연석회의는 결의문을 채택,『지금은 정부가 국민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총체적 위기상황』이라며 국정의 일대쇄신을 촉구했다.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내각총사퇴,김영삼대통령의 사죄,관련자의 전원처벌등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신기하총무가 먼저 나서『내각총사퇴의 조짐이 있다』고 보고한뒤 건설위의 제정구의원이 사고의 경위,배경을 정리했다.

  제의원은『오늘 참사는 과거 군사정권때의 부실시공, 문민정부의 관리소홀이 어우러져 일어났다』면서『한강다리 뿐만아니라 신도시고층아파트 지하철등도 문제』라고 말했다.

 장영달의원은『지존파만 살인범이 아니다. 부실공사, 감독소홀도 엄벌해야할 범죄』라고 성토했다.최두환의원은『대통령과 국무위원은 모두 국민앞에 무릎꿇고 사죄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화갑 이해찬의원은『차제에 하도급비리, 부실공사를 단죄할 수 있도록 건설관련 법령의 대폭적인 개정이 이루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계속되는 발언으로 점심시간마저 넘긴 의원총회는 대통령사과와 내각총사퇴,국가시설물의 전면점검,서울시장의 위증처벌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이영성·신효섭기자】

◎“모든책임 질것” 사퇴뜻 분명히/경악·비통… 이총리 주변/주위 만류불구 마음정한듯 「독대」 요청

 총리실은 성수대교 붕괴참사에 충격을 받은데 이어 이날 하오 이영덕총리가 김영삼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했음이 밝혀지자 비통한 모습이었다. 총리실은 김대통령이 이총리의 사퇴의사에 즉각적인 의사표명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 『사표를 반려한다는 뜻』이라며 자위하기도 했으나 주된 흐름은 『즉각 반려하지 않은 것은 하루 이틀이 지난뒤 총리를 교체하겠다는 뜻』에 쏠려 있었다. 그같은 전망에는 『국정을 일차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총리로서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이총리의 의지가 워낙 강한 탓이기도 했다. 총리실간부들은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있지만 이총리는 이미 마음을 정한 것같다』고 말했다.

 이총리는 이날 청와대를 다녀온 직후인 하오6시께 이흥주비서실장과 김시형행조실장을 불러 김영삼대통령에게 사퇴를 표명했음을 알렸다. 이총리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 국정수행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있는 총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사퇴의사를 표명했으나 김대통령은 수리여부에 대해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총리는 이에 앞서 하오4시부터 성수대교붕괴참사와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한시간동안 주재한 자리에서도 『총리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처음 사퇴사실을 밝힌 것은 출근직후 소집한 간부회의에서였다. 이총리는 『이번 일은 보통이 아니다』며 『책임질 생각이며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 말했다.이총리는 『지금은 사퇴문제보다는 사고수습이 먼저』라는 간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비서실장에게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퇴관련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총리는 회의직전 김영삼대통령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성수대교 붕괴참사와 관련해 통화를 했는데 이때 이미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완곡히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리는 이어 박관용대통령비서실장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대통령각하께 국정수행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 뜻을 밝힐 예정이니 독대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총리는 하루종일 침통했는데 이는 하오3시 뒤늦게 열린 경찰의 날 행사 기념사에서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비통한 사고에 국무총리로서 송구함을 금치 못하겠다』는 울먹이는 목소리에서도 진하게 배어있었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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