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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실태:상(다리만 문제인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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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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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건널 한강다리 3개뿐/교각 부식·물에 붕떠있는 곳도/검사 대충대충… 보수도 땜질식 성수대교붕괴참사는 정부와 민간건설업계가 선포한 「부실 추방의 해」원년에 발생한 상징적 사고다. 여러가지 한국병중에서도 가장 만성화된 고질병인 「부실증후군」이 국민들의 일상생활 곳곳에 생명을 위협하는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사고다.

 사고는 다리 한곳에서 일어났지만 참사의 위험은 아파트건 대형빌딩이건 철도건 지하철이건 사람이 살고 다니는 구조물 어디에나 다 잠복해 있다. 엉터리 설계, 날림 공사, 관리 소홀등 관과 민에 뿌리박힌 「총체적 부실구조」가 깨지지 않는한 제 2, 제 3의 성수대교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신도시에 빼꼭하게 들어선 아파트가 언제 무너져내릴지 지하철이 언제 어디서 붕괴돼버릴지 실로 무시무시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성수대교를 포함한 한강다리들의 붕괴위험은 귀가 따갑도록 반복해서 지적돼왔다. 대한토목학회가 서울시 의뢰를 받아 최근 실시한 17개 한강다리의 안전진단결과에 의하면 11개교량, 1백18개의 교각에서 크고 작은 하자가 발견됐으며 확실하게 안전한 다리는 올림픽대교와 성산대교 당산철교등 고작 3곳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사고가 난 성수대교와 영동·잠실대교등 6개다리에서는 교각둘레를 보호하고 있는 콘크리트통이 깎여나가 교량상판중량과 통행차량하중을 견디기 어려운 상태임이 보도를 통해 여러차례 확인된 바있다.

 한강다리중 하루평균 18만여대의 자동차들이 오가 차량통행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남대교는 물속에 잠긴 교각부위의 콘크리트가 심하게 부식, 철근이 녹슨 채로 노출돼 있으며 심지어 일부교각은 수중암반에 묻혀있지않고 물속에 붕 떠 있다. 때문에 성수·천호·마포대교등에서는 대형트럭은 물론 소형차량조차도 통행시 교량의 요동을 쉽게 감지할수 있다. 노량·잠실·한남대교에선 강물이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지름 1이상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운전자들을 놀라게 한 일도 있다. 서울시가 관할하는 한강15개다리 전부가 곳곳에 함정을 파놓은 요주의도로인 셈이다.

 오랜 부실경험탓에 우리나라의 교량붕괴역사는 꽤나 길다. 80년대들어서도 대구금호대교, 팔당대교등 굵직한 교량함몰사고가 전국적으로 7차례나 발생했고 한강다리중에서도 올림픽대교와 신행주대교가 공사도중 무너진바 있다. 

 감독관청인 서울시도 올해 다리보수에만 40억원이상 쏟아부을 예정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보수보다는 땜질에 가깝다. 아스팔트에 구멍이 뚫리면 그저 철판하나 덮고 교각이 부식되면 콘크리트포대를 쑤셔 넣고 만다. 

 해빙기와 장마철직전등 연 4회 한강다리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하지만 사실상 육안검사에 불과하다. 성수대교도 지난 8월 정기안전검사를 받았지만 「하자없음」판정을 받았다. 불과 2개월여만에 다리가 무너져 내릴만큼 통행량이 늘어난 것일까. 5∼10년마다 외부기관에 의뢰, 정밀진단도 실시하지만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게 한결같은 결론이다. 당국의 교량점검은 「안전」아닌 「미관」차원의 접근인 셈이다. 

 강남북을 가로지르는 한강다리는 1천만 서울시민의 절반이상이 하루에 한번이상 오가고 총통행차량이 1백90만대에 이르는 서울의 혈관이다. 통행량이 가장 적은 행주대교도 하루평균 4만5천대가 지나가고 웬만한 대교는 일일평균 10만대이상을 떠받쳐야한다. 현재15개다리로는 늘어나는 차량통행량을 감당치 못해 지금도 새다리를 짓기위한 공사장의 굉음이 한창이다. 그러나 서울시민들은 이제 한강을 건널때마다 「지뢰밭」을 건너는 심정일 것이다. 소는 잃었지만 더 늦기전에 다른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이성철기자】

◎성수대교 어떻게 건설됐나/트러스식 게르버공법 첫적용/교각사이 일반다리보다 넓어

 붕괴된 성수대교는 동아건설이 지난 77년4월9일 착공해 2년6개월만인 79년10월15일 완공한 길이 1천1백60, 폭 19의 철강재 4차선 교량이다. 성수대교 건설공사는 정부공사 입찰대행기관인 조달청에 맡기지 않고 서울시가 자체 발주한 공사로 동아건설이 경쟁입찰을 통해 낙찰받아 총공사비 77억2천2백32만3천원을 들여 건설했으며 모두 1백16억원이 소요됐다.

 성수대교는 한강다리중 「트러스식 게르버공법」에 의해 최초로 건설된 다리다. 당시 이미 건설돼 있던 9개의 다리가 대부분 미관보다 기능에 중점을 두는 「슬래브형」 또는 「거더형」(한남·마포대교)이었으나 성수대교는 미관이 뛰어나고 교각과 교각사이의 간격(1백20)도 넓은 「트러스식 게르버공법」을 채택한 것이다.

 성수대교 양쪽 진입로에는 클로버 반쪽 모양으로 된 차량교차 시설을 설치했는데 강남쪽은 아파트단지가, 강북쪽은 뚝섬수원지시설이 인접해 있어 입체교차시설을 설치할 면적이 좁아 클로버 반쪽 모양의 입체시설을 하는데만 교각이 무려 79개가 들어서기도 했다.

 성수대교는 지난 79년 개통당시 박정희전대통령이 개통테이프를 끊고 다리위를 직접 걸어가는등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다리의 하나였으나 개통후 11일만에 박전대통령이 10·26사태로 사망하고 이번에 대형 참사까지 일어나 비운의 다리가 됐다.

 한편 성수대교 시공사인 동아건설은 21일 성수대교의 붕괴원인은 관리자의 보수·관리가 허술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상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하자보수기간이 5년이어서 이후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동아건설측은 하지만 사고원인과 관계없이 자체 대책반을 구성, 성수대교 복구작업을 위해 인력 장비 자재등을 긴급 수배, 다리를 조속히 복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동아건설은 성수대교와 함께 현재 상판을 보수중인 원효대교와 천호대교, 잠실철교등 4개의 한강다리를 건설했다. 76년 10월 「박스공법」에 의해 천호대교를 완공했으며 성수대교(79년 10월)와 원효대교(81년10월)를 「트러스공법」으로 건설했다.  동아건설은 현재 현대 대우에 이어 국내 도급순위 3위로 93년 매출액 1조5천3백16억원, 수주액 2조7천4백96억원 종업원 5천4백명을 거느리고 있으며 리비아대수로공사등 해외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는 대형 건설회사다.【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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