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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봉특파원 「유로스타」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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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봉특파원 「유로스타」 시승기

입력
199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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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미동도 없이 헤엄치듯/영­불해저터널 20분만에 주파/런던발은 기관고장으로 망신 20일 아침 7시. 파리근교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북역에 도착해 역 2층의 유로스타(EUROSTAR) 탑승장으로 올라갔다. 지하철과 유로스타역은 환승설계가 잘 돼 있어 역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마치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투시기를 통해 수하물 검사와 보안요원의 간단한 몸수색을 받고 열차에 올랐다.

 시속은 3백. 고속도로를 따라 파리에 출근하는 차량들의 행렬이 마치 거북이걸음 같다.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더니 실내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유로스타는 현재 시속 1백60로 해저지반 40 아래를 달리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불어와 영어로 차례로 흘러나왔다.

 9시40분. 1시간 17분만에 파리에서 출발한 유로스타는 도버해협을 건넜다. 승객들의 얼굴에 일순간 긴장과 불안, 그리고 탄성이 교차했다. 이 승객들은 지난 5월 유로터널(EUROTUNNEL) 개통식을 가진 엘리자베스여왕과 미테랑대통령등 몇사람을 빼놓고는 최초로 도버해협을 유로스타로 건너고 있는 것이다.

 열차는 마치 헤엄치듯 조용히 유로터널속을 달렸다. 바퀴의 충격흡수장치로 별 미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앞뒤 2개의 동력차량과 18개의 객차를 단 길이 4백, 무게 7백87톤의 열차가 최대수용승객 7백94명을 싣고 50의 터널을 20분만에 주파했다. 

 최첨단 하이테크의 총아인 유로스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해저터널 구간에서의 테러와 함께 돌연한 화재이다. 화재에 대비해 유사시 열차를 세부분으로 자동분리하는 장치를 갖추었다.

 프랑스 칼레에서 바다밑으로 들어간 열차가 영국 포크스턴에서 고개를 내밀고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TGV 전용선로가 아닌 영국에서는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다. 유로스타 전용역으로 새로 지은 런던의 워털루역에 도착한 시각은 상오 11시13분. 워털루역은 하늘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지붕의 초현대식 역사로 기능과 건축미에서 단연 돋보였다. 정확히 3시간 6분이 걸렸다. 중간에 열차가 정차한 도시는 프랑스 릴 한 곳 뿐이다.  그러나 런던에 도착해서 같은 시간에 런던을 출발하려던 유로스타가 기관고장으로 1시간이상 연발하는 망신을 당한 사실을 알았다. 아무리 최첨단이라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있는 모양이다.

 파리에 되돌아오니 저녁 7시10분.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은 더이상 섬나라가 아니다.【유로스타에서 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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