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시민아파트 붕괴사건은 지금 기억조차 희미하다.1970년 4월초였다. 새벽 잠이 설 깬 아침에 서울의 5층짜리 시민아파트가 삽시간에 폭삭 무너졌다. 20여명이 한꺼번에 죽고 수십명이 다쳤으니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힐만 했다. 가난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던 시절이었지만 분노와 허탈은 대단했다. ◆그때 한국일보 사설의 제목은 「유구무언」 바로 그것이었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했다. 「와우아파트가 무너진 참변현장을 보고 유구무언일 뿐이다. 시장이나 시당국이나 정부에 대해서 말이 막혀 할 말이 없다. 언론인이자 사회인으로서도 할 말이 없다. 왜 진작 이런 일이 없도록 더 좀 채찍질을 가하지 못했던가 공동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비통한 뜻을 이렇게 옮겼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오늘, 어쩌다 산이 아니고 한강의 다리가 무너졌다. 또한번 유구무언인가, 이번엔 아니다. 와우아파트 사건은 과도기라거나 가난 탓으로 돌릴 수도 있었다. 성수대교의 붕괴는 자만의 실상이 허상이자 사상루각임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모래성은 사라지나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상누각과 모래성은 우리 솜씨로 우리 스스로가 쌓아 올린 것이다. ◆통탄할 일이 있다면 근거없는 오만과 허장성세의 버릇이다. 실상은 안 보고 허상을 좇고 있다. 한강변의 기적과 꿈은 어이없게도 바로 한강물에 추락한 것은 아닌가. 한강의 기적에 그만 자기도취가 되어 나르시즘의 신화를 재현시킨 것은 아닌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병은 우리 안에 있음이 재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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