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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사회의 위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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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사회의 위기(사설)

입력
199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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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회의 전반적 해이가 있을 수 없는 참화를 빚어냈다. 그래서 성수대교 사고는 우리에게 너무나 아프다. 그리고 고개를 못들 정도로 부끄럽다. 사람사는 세상에 사고야 없을 수 없다 해도 하필이면 「한강의 기적」을 자랑삼아온 나라에서 바로 그 강 위의 상징물이 끊어져 내렸으니 이 무슨 날벼락이요 흉조란 말인가. 차라리 천재지변으로라도 사고가 일어났다면 이렇게 분통이 터지진 않을 텐데 알다시피 이번 흉사는 이미 충분히 예고되어온 복합적 인재였다. 그래서 나라체면은 물론이요, 국민적 자존심마저 아울러 무너져 내리는 듯한 절망감이 휩쓸고 있는 것이다.

 어디 다리 뿐이었던가. 근래들어 줄잇는 하늘과 땅과 바다 및 땅 속에서 일어난 항공기·열차·여객선과 지하철사고들도 모두 막을 수 있었던 인재들이어서 우리 사회에 끝없는 경종을 울려왔던 것이다.

 결국은 이런 무감각·무책임·무자각 사태를 빚어온 책임을 이제라도 엄중히 따져 고쳐나가는 길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겠다. 이 지경을 당하고서도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선진국으로의 꿈은 커녕 일상적인 나라살림조차 어려워지는 조직기능해체의 위기가 오게 된다.

 먼저 업계의 부실설계·시공과 끝없는 하도급 악순환의 뿌리를 뽑으면서 복지불동의 자세로 재난경고를 무시하고 대비를 소홀히 해온 담당 책임부서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겠다. 아울러 이같은 복합인재의 재발을 막을 제도 및 감독장치를 철저히 완비해 나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참사로 드러난 것은 우리의 무책임 사회가 기능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지각과 분발이 절실한 때임을 깨우쳐 주었다.

 이런 상상을 초월한 사고가 버젓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의 나사가 풀렸다는 증좌다. 다리를 무너뜨린 주범은 이미 무너진 국가관리의 기강이다. 다리 뿐이 아닐 것이다. 수도 서울의 대교량이 무너졌으면 안무너질 것이 무엇이겠는가. 사회 구석 구석이 무너지게 되어 있다. 다리들만 점검할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총점검하고 느슨해진 나사를 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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