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카세트=한국」회오리/과감한 기술·시설투자 “현대화경영”/24개국에 수출규모 매년1억달러 아일랜드의 북서쪽에 위치한 인구 2만5천명의 항구도시 슬라이고 시내에서 15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 헤이즐우드. 아일랜드의 위대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상상의 낙원 이니스프리 호도를 노래했던 무대이기도 한 이 호변 마을에 한국기업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공장이 우뚝 서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 비디오 테이프 생산업체 새한미디어사의 아일랜드공장(현지 법인명 SMIL)이다.
공장바깥 분위기는 고즈넉하기 짝이 없지만 방진복을 입고 내부로 들어선 공장안에는 푸른 눈의 아일랜드 남녀 근로자들이 연건평 1만평의 1, 2층을 가득 메운 기계 사이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슬라이고 주민들에게 새한미디어 아일랜드 공장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아일랜드에 진출한 이 기업이 현지 고용인 4백50명에게 지급하는 임금 50만 아일리시 파운드(6억원)와 현지에서 조달하는 각종 원자재구입대금 50만 아일리시 파운드는 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밑거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한미디어는 지난 86∼87년 독일의 바스프사와 미국의 3M, 네덜란드 필립스등이 한국산 테이프를 덤핑혐의로 제소하자 현지진출을 통한 우회접근만이 고압적 무역장벽을 뚫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 유럽진출의 교두보 물색에 나섰다.
카세트 및 비디오 테이프 공장은 투자액과 매출액의 비율이 보통 1대10 수준인 가전산업과는 달리 1대1 수준인 장치산업에 속해 현지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이 그만큼 높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공장을 지을 때도 보통 4∼5년후의 시장을 겨냥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에 상당한 모험이 뒤따른다.
그러나『현지투자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 새한미디어측은 유럽 각국을 대상으로 최적지를 물색한 끝에 헤이즐우드에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같이 결정하기에는 건물과 토지 구입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설비투자의 23%, 종업원 교육비용의 최고 50%를 지원하겠다는 아일랜드산업개발청(IDA)의 제의가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4.7%의 반덤핑 관세와 한국으로부터의 운임1.5%를 계산하면 국내에서 물건을 만들어 유럽에 수출하는 것보다 최소한 6.2%의 원가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87년 5월 현지법인(SMIL)을 설립, 울창한 산림속 10만4천평의 부지에 건평 1만여평의 2층 건물을 인수해 공장 설비를 마친 뒤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것은 91년 9월.
생산초기에는 현지 근로자들의 경험부족으로 어려움도 많았으나 92, 93년 1억달러씩의 매출실적을 올림으로써 단일제품으로서는 유럽에 진출한 우리 기업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새한미디어 아일랜드 공장의 주생산 품목은 VCR 녹화용 테이프와 카세트테이프. 구체적으로 말해 두께가 머리카락 지름의 4분의 1에 불과한 얇은 원단에 0.14 미크론(1미크론은 1천분의 1㎜) 두께의 자석성분을 코팅, VCR 녹화용 테이프로 사용되는 팬케이크(릴테이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일랜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팬케이크와 카세트테이프는 유럽 24개국으로 판매돼 한국제품의 우수성을 떨치고 있다. 유럽인 6명중 1명꼴이 아일랜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품질의 우수성을 공인받고 있다는 것이 현지 공장장 김준형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새한미디어는 유럽 단일시장 출범을 계기로 유럽시장 석권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침체 일로에 있던 유럽의 경기가 올부터 서서히 회복되면서 일고 있는 시장 환경의 변화는 이 공장 직원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눈 앞의 이익만을 찾아 유럽에 진출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꾸준한 투자와 기술력의 제고만이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지름길입니다』
장기적 안목에서 유럽시장 진출을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회사관계자들의 말에서 미래에 도전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헤이즐우드(북아일랜드)=김승일기자】
◎새한미디어 아일랜드사장 심종진씨/세계 테이프업계 재편기… 한국 21C주도권 잡을것
세계 비디오 테이프 업계는 최근 2,3년간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불균형의 여파로 재편기를 맞고 있다.
연간 비디오 테이프의 수요는 약 20억개. 그러나 3년전부터 세계 각국 업체들의 생산량 증가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 급격한 가격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디오 테이프 생산회사들은 생산라인을 축소하거나 공장을 통폐합하는등 적자를 줄이기 위한 응급 조치들을 속속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비디오 테이프업계의 선발 주자로 세계 시장에 군림해 왔던 일본 업계.
세계시장 공급률 31%를 차지하고 있는 KONICA TDK MAXELL SONY등 일본 기업들은 92년 생산라인을 대폭 축소, 일본이 공급하는 비디오 테이프 생산량이 10% 격감했다.
또 독일의 PDM사는 아예 가동을 중단했으며 바스프사도 유럽내 현지 공장을 통폐합,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이같은 외국기업들의 생산량 격감으로 92년까지만 해도 일본에 이어 두번째 비디오테이프 공급국이었던 우리나라의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31.5%로 세계 최대 공급국으로 부상하는등 빠른 속도로 업계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시장가격 하락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것.
이에 대해 새한미디어 아일랜드공장 심종진사장은 올해말을 고비로 업계 재편이 마무리되면 가격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심사장은 『콤팩트디스크등 새로운 기록매체가 급속히 보급되고 있지만 비디오 테이프는 잠재수요가 많아 전체 수요량은 쉽게 줄지 않을 것』이라며 『업계 재편이 끝나면 기존 생산량을 유지해오면서 기술개발에 힘써 온 새한미디어 아일랜드공장이 생산라인을 축소한 다른 외국 기업에 비해 유럽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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