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풀리자 주변4각 “실리집착”/변화불원… 통일 등 부정적 영향21일 정식서명될 북·미회담의 타결내용으로 볼때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대사급 외교관계의 수립)는 그리 멀지않은 장래의 일로 다가왔다.북·미수교가 가시권에 들어왔을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온 일본의 태도로 볼때 북일수교가 오히려 먼저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다.우리정부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남북한에 대한 주변4각의 교차승인이 기정사실화되는 셈이다.이러한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이 변화는 궁극적으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 주변 4각은 남북한을 사이에 두고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예고되고 있다.
정부의 당국자들은 북·미회담의 타결과 북한핵문제의 해결이 가져올 한반도정세의 지각변동이 단기적으로는 우리의 외교환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그동안 북한핵위협의 제거라는 지상목표에 발목을 잡혀온 한국외교가 독자적이고 다각적인 외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숨통이 트였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관련,『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와의 「공조」가 강조됐던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해야 할 말을 못한부분도 있다』고 인정하고 『드러내놓고 말할 부분은 못 되지만 우리의 독자적인 외교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또 북한의 협조를 전제로 하고 있으나 우리의 적극적인 대처에 따라서는 동북아지역에서 우리가 안보와 군축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상황도 상정할 수 있다.정부가 한국과 일본, 중국을 잇는 삼각협력체제를 구상하고 있다든지 군축을 비롯한 평화보장장치를 논의할 동북아 다자안보대화의 창설을 제시해놓고 있는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주도적인 역할로 한반도 평화보장체제를 마련한다는 것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주장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시기적으로 중장기적인 목표에 해당하는 한반도 평화보장체제가 남북통일로 순조롭게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북한을 일단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내는데는 긍정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정부가 「통일외교」라는 이름으로 주변4각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분단의 고착요인을 제거하고 통일을 앞당겨야하는 과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핵문제해결의 전망이 나오면서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노골화시키고 있는 상황도 우리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제정세의 흐름이 경제중심의 실리외교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는 물론 그 예외가 될 수 없다.북·미협상이 당초 북한핵위협의 제거라는 안보측면에서 대북경수로지원등의 경제적 측면으로 비중이 옮겨진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이와관련, 한반도 주변이 경제적 관계로 재편되는 현상이 남북통일에 반드시 긍정적일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남다른 고민이 있는 것이다.탈냉전의 시대에서 각국의 경제적 이익추구는 기본적으로 남북통일과 같은 급격한 정치적 변동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은 주변4각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과 함께 남북당사자의 상호이해와 자발적인 노력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인 것이다.정부가 북한과의 경제적 관계를 개선시키는 한편 확고한 원칙을 갖고 대북정책을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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