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메츠거 연출… 권성덕·오영수 등 호화 배역/여자의 복수 내용… 희·비극요소 함께 매년 이맘때면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국립극단의 「세계명작무대」가 11월3일부터 12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마련된다. 올해는 독일어를 쓰는 스위스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1921∼1990년)의 작품 「노부인의 방문」을 무대에 올린다. 86년부터 시작된 「세계명작무대」는 외국의 유명연출자와 스태프를 초청해 새 연극기법을 익히고, 원작의 맛을 살리는 무대를 선사해 연극인과 연극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번에 무대에 올려지는 「노부인의 방문」에는 권성덕국립극단장, 94년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수상자 오영수, 국립극단의 주연여배우 이승옥,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여성스런 남자 역할로 낯익은 이정섭등 스타급 연기자들이 출연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화제다.
「노부인의 방문」을 연출한 독일인 클라우스 메츠거(43)는 세계적인 연출자 페터 슈타인과 파이만이 각각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베를린 샤우뷔네극장과 보쿰시립극단에서 드라마투르크(극작술 전문가)로 12년동안 일한 실력파이다. 연출로 돌아서서는 93년부터 잘츠부르크축제의 연출과 기획을 맡는등 독일 연극계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9월말 내한해 출연배우를 직접 캐스팅하고, 연습을 총지휘하고 있다. 배우들의 창의력과 자연스런 몸짓을 중시하는 그는 배우들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세심한 연기지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 공연됐던 「노부인의 방문」이 버림받은 여자의 복수극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에 반해, 그는 희극성을 살리는 연출로 희·비극을 정교하게 작품에 교직시킨 뒤렌마트의 의도에 좀더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
17세의 클라라는 20세의 청년 알프레트(권성덕 분)와 사랑에 빠져 임신한다. 그러나 알프레트는 자기가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술로 매수한 증인을 내세워 법정에서 클라라를 부정한 여자로 만든다. 클라라는 만삭으로 고향 귈렌시를 떠나 창녀가 된다. 함부르크의 사창가에서 만난 억만장자 차하나시안의 유산으로 큰 부자가 된 클라라는 복수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차하나시안 부인(이승옥 분)이 된 클라라는 귈렌시의 공장을 모두 사들인 후 공장가동을 중지함으로써 도시전체가 파산한다. 또 자신을 배반한 알프레트를 죽이면 1천억마르크를 내놓겠다는 제안을 한다. 귈렌시민은 알프레트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차하나시안 부인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시를 다시 부흥시킨다는 내용이다.
주연 배우 이승옥은 『연출자가 배우를 존중하고 배우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점이 독특하다. 조연출 임수택씨의 통역으로 의사전달을 하지만 표정과 몸짓을 보고 잘못된 부분은 정확히 지적한다. 장면마다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진지함이 좋다』고 연출자를 평하면서 공연 성공에 자신감을 보였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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