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다룬책서 SOC조기구축 역설/위폐식별·산업기밀보호 노하우도 공개 우리나라 최고의 국가 정보기관인 안기부가 탈냉전시대를 맞아 「경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안기부가 경제정보수집과 이의 실용화에 눈을 돌리기로 한 후 서서히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안기부는 최근 「세계 주요국의 경쟁력 평가」라는 책자를 발간, 2000년대 주요국의 경쟁력을 전망하면서 우리의 나아갈 좌표를 제시했다.
또 11일에는 「위조 달러 식별자료집」을 특별 제작, 전국 은행점포와 환전소등에 배포했다. 안기부는 지난달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산업기밀, 어떻게 보호할 수 있나」라는 산업기밀보호세미나를 후원해 민간업계가 놀라기도 했었다.
안기부가 내놓은 경쟁력평가 책자는 스위스의 국가경영개발원(IMD)과 스위스 유니온은행(UBS)등의 보고서를 종합정리한 것이지만 안기부는 이를 통해 정부부처 경제단체 주요기업등의 국가경쟁력강화방향을 나름대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안기부는 『국제경쟁력은 고도기술 사회간접자본(SOC)등을 얼마나 빨리 구축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수준전망과 관련해서는 IMD UBS등의 보고서를 인용, 2000년대초에는 선진국등을 제치고 상위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국제경제환경에 대해서는 미국의 슈퍼301조 부활등을 들어 서방선진국과 동아시아국가간에 통상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조달러 식별자료집」발간도 화폐시장개방에 발맞춘 대민서비스정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1만달러범위안에서 미국 달러화등 주요 국제통화를 국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허용키로 했다. 미달러화가 제2의 화폐로 유통되게 됐다. 가짜 달러(위폐)의 유통위험도 그만큼 많아졌다. 안기부는 달러대량유통시의 사고에 대비하도록 정보기관의 노하우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안기부의 산업기밀보호세미나 지원은 이제까지의 관행을 감안할 때 아주 파격적이다. 안기부는 이 세미나의 행사비용을 일부 부담한 것은 물론 산업기밀과 관련된 자료와 기밀관리요령등 고급정보를 제공했다. 안기부가 산업스파이에 대한 비공식세미나를 가진 적은 있지만 산업기밀보호문제를 이처럼 공개적으로 다룬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제기획원의 한 관계자는 『안기부가 국가경쟁력강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는 안기부가 앞으로 경제정보수집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이백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