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명맥… 올 2천만불 넘어/업계,품목확대 등 본격채비 나서/설비이전·투자진출 촉매역 기대 핵협상이 일단 타결돼 그동안 경제교류을 막아온 빗장이 풀리면서 우선 의류 신발등 경공업제품을 중심으로 한 남북간 위탁가공교역이 크게 활성화할 전망이다.
위탁가공(임가공)은 북한에 원부자재를 보내 현지 시설과 노동력을 활용해 완제품을 반입하는 형태여서 현재의 남북관계 흐름상 가장 현실적인 협력방안으로 꼽힌다.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함으로써 남한은 고임금탓에 상실한 가격경쟁력을 보완하고 북한은 자체 노력으로 달러를 벌 수 있다.
정부관계자들은 당분간 직교역이나 투자진출등 본격적인 차원의 경협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핵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북대화의 조짐이 없는데다 대화가 재개돼도 남북공동위원회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는 지적이다.
반면 핵문제가 돌출돼 남북경제 교류가 사실상 동결된 동안에도 위탁가공을 통한 교역규모는 꾸준히 늘어났다. 통일원 집계에 의하면 올들어 9월말까지 임가공을 둘러싼 반출입규모는 모두 59건 2천96만달러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수나 금액이 각각 3·5배이상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이달말께 북한지역내 주재사무소 및 지사설치에 관한 지침이 고시되면 위탁가공교역규모는 더욱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현실적인 이익이 주어지는 위탁가공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술이나 품질관리를 담당할 실무진의 방북과 장기체류를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해 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해 왔었다.
또 위탁가공과 관련된 경공업 기계설비의 반출도 빠른 시일내 허용해달라고 주장했다. 기계류의 반출은 지난 92년 코오롱상사의 양말기계 2백대를 보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금까지 위탁가공사업을 통해 북한에서 생산된 물품을 반입한 업체는 럭키금성상사 삼성물산 (주)대우등 모두 15개기업에 이른다.
럭키금성상사는 신사복 코트 셔츠 작업복등 6개품목을 임가공해 모두 6백29만달러어치를 사들여 국내업체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럭키금성상사는 북한 임가공으로 반도패션의 티피코시 타운젠트등을 생산, 시판중이며 품질이 기대이상이어서 점차 고가품으로 위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국교생가방과 방한복등 4백98만달러어치를, (주)대우는 재킷 바지 니트웨어등 의류 전품목을 위탁생산해 3백83만달러어치를 각각 반입했다.
이밖에 코오롱상사는 가방 배낭, 국제상사는 신발갑피등 의류 신발 생활용품등 경공업제품의 거의 전품목으로 임가공사업이 확대된 상태다.
업계관계자들은 북한 근로자들이 근로규율이 엄격한데다 꼼꼼한 작업자세를 보여 제품불량률이 남한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양호한 품질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같은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할 때보다 최고 40∼50%나 생산비가 싸게 먹힌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측에서는 조선무역총회사등이 표면에 나서 창구역을 맡고 있으며 임가공을 맡을 수 있는 봉제공장등을 3천여개가량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현재 북한의 기계가 낡은데다 디자인감각등이 뒤져 앞으로 고가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설비반출과 기술지도 품질관리등이 긴요하다고 지적한다.
남북 쌍방에 이익이 되는 임가공사업이 점차 설비이전과 투자진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경협교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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