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협상과정서 흥정「지렛대」로 변질/미도 “향후 북에 트집거리될까” 불원태도/연합방위체제 큰변화 불가피 한미연합방위체제의 상징적 존재인 팀 스피리트훈련이 존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북미 핵협상이 마무리 되면서 11월로 잠정 연기되었던 올해 훈련은 중단될 것이 확실해 졌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내년 이후도 훈련이 이어질지 예상하기 힘들다.
한국과 미국은 21일 윌리엄 페리미국방장관의 방한 때 우선 94훈련의 중단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지난 4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 시설에 대한 사찰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남북특사교환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협의가 이뤄지면 중단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아 올해 팀훈련을 11월에 실시키로 합의한 바 있다.
국방부는 18일 『이번 제네바 북미회담 결과를 볼때 핵문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팀훈련 중단의사를 내비쳤다. 국방부는 또 『지난해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94팀훈련실시 여부가 내내 들쭉날쭉했다』며 『95년 이후의 팀훈련에 관해서는 누구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행태로 보아 앞으로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팀훈련을 트집잡을 것이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76년부터 지금까지 17차례 실시된 방어적 성격의 팀훈련을 통해 두 나라 방위체제의 확고함을 안팎에 과시하고 부대 전술작전능력을 크게 높였다는 것이 국방부의 평가다.
그러나 북한은 이 훈련을 「북침을 위한 핵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면서 대단히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83년 팀훈련과 관련, 준전시상태 돌입명령을 내렸으며 그뒤의 훈련때는 전투동원태세 돌입명령, 전투동원 명령까지 내리기도 했다. 북한은 이러한 동원령 때문에 한해 비축연료의 상당부분을 소모하는등 심각한 경제적·심리적 압박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북한은 팀훈련을 남북대화를 거부하거나 중단하는 구실로 삼아왔다. 또 핵협상의 중요한 카드로 활용해 왔다. 북한은 91년 2월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을 며칠 앞두고 팀훈련을 문제삼아 이를 거부했으며 92년 11월 4개 공동위원회, 12월 9차 고위급회담도 깨버렸다.
결국 북한은 핵협상 과정에서 92년 팀훈련 중단을 끌어냈으나 93년 팀훈련 실시를 꼬투리 잡아 상호사찰 협상을 완전히 거부했다. 올해도 북한은 3월의 특사교환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에서 팀훈련 중지와 패트리어트 미사일 반입금지등 특사교환의 전제조건만을 주장하다 대화를 중단시켜 버렸다.
이에 맞서 한국은 그동안 남북대화와 팀훈련의 연계는 용납할 수 없다는 비교적 분명한 자세를 지녀왔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의 핵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팀훈련은 협상의 지렛대로 변질되어 버렸다. 핵문제 양보와 팀훈련 중단을 흥정해온 것이다. 미국은 핵협상을 위해 팀훈련 문제에 관한한 한국측에 상당한 압박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나라는 지난 6,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제26차 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팀훈련에 대한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진행중인 제네바 북미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미국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다.
국방부는 『연합훈련이 협상의 카드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이제 팀훈련은 핵문제와 무관한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제네바합의의 기본 틀 속에서 미국은 팀훈련이 다시 쟁점이 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이후의 훈련실시에 대해서도 스스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연합방위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팀훈련은 군사문제와 정치문제가 과연 분리될 수 있을 것인지 중대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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