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이외 인권문제 등 숱한 현안/후속이행따라 수교수순 가능 워싱턴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북핵해결에 돌파구를 연 이번 제네바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에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미국과 북한이 완전한 관계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핵문제이외에도 숱한 현안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행정부의 한 관리는『현단계에서 미북관계 개선 속도를 점치기는 다소 때가 이르지만 미국이 베트남과 관계정상화를 추진해 온 방식이 대체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제외한 「기타 관심사」(OTHER ISSUES OF CONCERN)가 해결돼야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측에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현안으로는 ▲북한의 미사일수출문제 ▲인권문제 ▲6·25실종미군 수색및 반환에 대한 협조 ▲테러활동의 포기등이 손꼽힌다.
이 가운데서 인권문제를 제외한 쟁점들은 별다른 마찰없이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이다. 실종미군의 유해수색문제는 이미 양국간에 공식채널이 가동중인 상태이다. 북한의 테러활동에 대한 미국무부의 평가도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미사일수출문제 역시 핵문제가 풀리고 미국의 대북 교역금지조치등이 해제되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내 인권문제는 평양정권의 대외개방과도 직결된 이슈로 지난 6월 미국과 중국간의 인권논쟁에서 나타난 것처럼 장기간의 논란이 필연적이다.
미국이 합의문 체결후 3개월 이내에 취하기로 돼 있는 대북무역및 투자제한 철폐조치를 이행하는 데에도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대외원조법안에 따른 미정부의 대북 경제원조도 프랭크 머코우스키 공화당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중진의원들이 지난 여름 발의해 통과시킨 수정안에 묶여 당장은 실현되기가 어렵다.
미국정부는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남북간의 인적·물적교류가 시작되는등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당사자로서 행동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 국교정상화의 수순을 밟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무튼 장기적 관점에서 볼때 북미관계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북미수교의 첫단계가 되는 연락사무소의 설치시기는 양국정부간의 정치적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
북한측의 목표는 물론 조기수교의 달성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신생 김정일체제의 정착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북한측은 내달 미의회 중간선거에서 북미핵협상에 비판적인 공화당의 약진이 예상됨에 따라 집권당인 민주당의회의 레임덕 기간중에 북미관계의 격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의 정식수교는 또 향후 북한의 대일 수교협상에서 그들의 협상력을 제고할 지렛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미국정부는 이번 합의가 북핵문제의 해결은 물론 남북대화의 촉매제로 작용해 한반도의 냉전구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북핵저지와 북한의 개방유도가 미국의 국익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들어 의회내의 회의론자들을 설득하는 한편 북한측에는 이번 합의의 완전하고 성실한 이행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내에는 이번의 합의문을 북한의 핵위협에 굴복해 얻어낸 「항복문서」라고까지 혹평하는 여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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