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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가을은 세계미술품 경매의 계절/한국 미술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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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가을은 세계미술품 경매의 계절/한국 미술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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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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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화·조선청화백자 수백만불 낙찰후 큰 관심… 단독경매도 뉴욕의 가을은 미술품 경매철이다. 미술품 경매의 쌍벽을 이루는 소더비사와 크리스티사에는 요즘 전세계에서 미술품을 사려고 몰려든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두 회사의 올 가을 경매 스케줄에는 한국미술품 단독경매도 각각 끼여 있다. 크리스티가 10월 25일, 소더비가 12월5일 한국미술품만 경매에 부친다.

 한국미술품 경매는 근래 대단한 강세이다. 특히 지난 4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조선조 청화백자 접시가 세계 도자기 경매사상 최고가인 3백8만달러(한화 약 24억6천만원)를 기록함으로써 절정에 올라 있다. 두 경매회사의 한국미술 담당자들은 미술품 수집 경쟁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미술품 소장자들이나 수집가들은 지금이 물건을 살 때인지 팔 때인지를 저울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3백8만달러짜리 접시의 소유자를 설득해 경매장에 끌어들였던 크리스티사의 세바스찬 이자드 한국미술 담당 부사장은 『지난 4월의 경매기록이 앞으로 있을 한국 미술품 특히 백자 경매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25일의 뉴욕 경매를 기대하고 있다.

 소더비사의 수잔 미첼 한국담당 부사장도 12월 뉴욕경매의 특이성을 강조했다. 지질학자인 데이비드 조트씨가 30여년전 한국에서 수집한 고미술품 30여점을 팔겠다고 내놓았기 때문이다. 미첼 부사장은 『한사람의 수집품 위주로 한국미술품 경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귀띔했다.

 한국미술품이 국제경매에 등장한 것은 불과 10년밖에 안된다. 과거 국제경매에서 동양미술이라면 중국과 일본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일본미술이나 중국미술경매에 한국미술품을 끼워넣으면서 관심이 갑자기 높아졌다. 91년 소더비의 한국미술품 단독경매에서 14세기 고려불화가 1백76만달러에 낙찰된후부터 한국미술품은 뜨거운 경매품목으로 떠올랐다. 그 이후 두 경매회사는 1년에 두차례씩 경쟁적으로 한국미술품 단독경매를 벌여 오고 있다.

○4년간 680점 팔려

 91년이래 뉴욕경매에서 팔린 한국미술품은 크리스티가 5백여점이고  소더비가 1백80여점으로 모두 6백80여점이다. 낙찰가격도 모두 3천만달러에 이른다. 경매에 나오는 미술품에는 고려때의 자기와 불화, 이조자기, 풍속화, 고지도, 십장생병풍, 나전칠기등 다양한 고미술품과  김환기 박수근등 20세기 근대미술가들의 그림이 포함돼 있으며, 작품의 질과 수요도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렇게 한국 미술품이 강세인 이유에 대해 소더비의 미첼 부사장은 『한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증대와 함께 중국이나 일본미술품에 비해 한국 미술품이 희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술품 경매는 매우 공개적인 행위이지만 경매 미술품들이 누구의 손에서 나와 누구의 손으로 들어가는지는 거의 베일에 싸여있다. 경매회사가 고객들의 요구로 미술품을 팔거나 사는 사람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경매에 나오는 한국 미술품들의 소장자들은 거의  미국인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첼 부사장은『한국미술품 소장자들은 주한 미군출신들이나 주한 외교관출신이 많고, 구한말에 흘러나왔던 미술품도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의 이자드 부사장은『군출신은 예술품 수집감각이 외교관이나 선교사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해 좋은 미술품들이 외교관이나 선교사들 집안에서 나오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상당한 가격대의 미술품들이 가치를 모르는 사람의 손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소더비 경매에서 1백76만달러에 팔린 고려불화의 소장자는 이 그림이 일본작품인줄 알고 표구바탕을 일본천으로 했었을 뿐 아니라, 경매회사가 예정가를 15만달러로 매기자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까지 했었다. 또 박수근의 그림 8점을 갖고 있던 어떤 미국인은 5, 6년전 경매회사에 연락을 해도 반응이 없자 2년전 창고세일(집에서 쓸모없는 물건을 마당에 진열해  염가로 파는 것)로 처분하려다 소더비의 미첼부사장에게 던진 전화 한통으로 1백20만달러의 횡재를 했다. 미첼 부사장은 『창고세일을 했더라면 한점에 몇십달러에 팔렸을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한국에 근무할때 몇푼 안들이고 샀거나 선물로 받았던 미술품을 창고속에 처박아 두었던 미국인들은 한국미술품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요즘 가슴들이 부풀어 있다.

○구매자 신분 베일속

 국제경매에서는 한국 미술품을 사가는 사람의 신분도 베일속에 있다. 소더비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고객의 대다수가 한국인과 일본인들이고 미국인들도 간혹 섞여있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50만달러 이상 나가는 미술품은 전화경매로 낙찰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미술품구입자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알려지지 않는다. 3백여만달러짜리 백자도 전화경매로 팔렸는데, 이자드 부사장은 『그정도 가격의 미술품을 사가는 고객은 세계에서 십여명으로 꼽히는 국제수집가라고 보면 된다』고만 밝혔다.

 한국 미술품 국제 경매의 긍정적인 측면은 미국에 사장됐던 작품들의 행방이 드러나고 또 상당량이 국내수집가나 박물관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점이다. 미첼부사장은 『소더비에서 팔린 미술품들을 한국 박물관에서 가끔 볼수 있었다』고 말했다.【뉴욕=김수종특파원】

◎200여년 영원한 맞수/소더비와 크리스티/국제경매시장 양분… 최고가 경쟁

 세계미술품 경매시장은 연간 수십억달러대에 이르는 규모다. 경매에 관한 한 세계적 권위와 전통을 갖고 있는 소더비와 크리스티만 해도 지난해시즌에 12억달러, 10억달러어치의 미술품을 각각 경매했다. 양사의 불꽃경쟁은 세계경매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이들이 취급하는 경매품목은 무한정이다. 미술품 이외에도 보석 고서적 고가구 의상 사진 우표 동전 총기 갑옷 자동차 악기 포도주 장난감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양사의 역사는 2백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더비사는 1744년, 크리스티사는 1766년 영국 런던에서 각각 출발했다. 다소 앞선 소더비는 올해가 설립 2백50주년이다. 소더비는 그러나 지난 83년 미국의 부동산거부 알프레드 톱맨이 인수, 그 이후 본부를 뉴욕에 두고있는 미국회사이다. 소더비는 이에 앞서 지난 64년 뉴욕의 최대 경매회사였던 파크 바넷을 인수하면서 뉴욕에 진출했다. 크리스티는 10여년 뒤인 지난 77년 뉴욕에 사무실을 새로 열었다. 여기서 엿보이듯 소더비는 크리스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적」이고 적극적이라는게 중평이다. 소더비가 분방하고 공격적인 미국적 분위기인데 비해 크리스티는 보다 보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크리스티는 그러나 친밀하고 보다 인간적인 색채를 갖고 있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이들이 벌이는 맞수대결은 가히 세계를 무대로 한다. 가령 경쟁의 주요 척도중 하나는 해당분야에서의 최고가 기록인데 이런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물건」을 확보하는 일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양사 관계자들은 세계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면서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한쪽이 올린 성과가 월등할 때 이에 뒤진 쪽은 문자그대로 잠을 못이룬다고 한다. 반대로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 만한 경매품을 상대보다 먼저 확보했을 때에도 흥분으로 눈을 못붙이는게 이들이다. 맞수들이 항상 그렇듯이 이들은 상대를 속속들이 알고있다.

 그러나 경매의 중요한 속성중 하나는 비밀이다. 비밀은 경매의 영업비결이기도 하다. 우선 경매사간의 경쟁이 상대에 대한 비밀을 수반한다. 이와함께 입찰자들간에 벌어지는 경쟁은 경매사로 하여금 비밀을 영업수칙으로 삼게끔 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세계적으로 그 분야의 수집가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집가들간의 경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다. 상대방이 비싼 값에 사도록 골탕을 먹이기 위해 입찰가격을 마구 올려 부르는 「위장입찰」도 있다. 

 경매사의 영업수익은 수수료이다. 아무리 욕심이 나는 물건이라도 경매사는 이를 경매에 부치는 소개역할만 한다. 되도록 많이 팔고 비싸게 거래가 성사되도록 하는 것이 경매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수수료는 낙찰가에 따라 5만달러이하인 경우 낙찰가의 15%, 그 이상은 10%이다. 수수료는 파는 쪽과 사는 쪽 양쪽에서 모두 받는다.【뉴욕=조재용특파원】

◎경매 어떻게 이뤄지나/경매인호가→입찰경쟁→낙찰→번호·가격확인

 경매는 경매인이 해당품목에 대한 가격을 먼저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경매인은 카탈로그에 명시돼 있는 예정가를 참고로 해당 품목들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과 품목에 따라 사전입찰된 가격, 당일 현장의 분위기등을 감안해 적당한 가격을 부른다. 경매인이 가격을 부르기 시작하면서 입찰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서 번호판을 가만히 들어 입찰의사를 표시한다. 입찰자들은 경매장에 입장하면서 자신을 등록하고 고유번호판을 받는다.

 입찰이 시작되면 경매인은 다시 올라간 가격을 부르고 몇차례의 입찰경쟁이 계속된다. 낙찰이 되면 경매인은 방망이를 한차례 두드려 낙찰자의 번호와 가격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뒤 곧바로 다음 품목으로 넘어간다. 입찰은 경매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요즘에는 현장과 연결된 전화입찰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전화입찰은 세계 어느 곳을 가리지 않는다. 경매현장에 10여대의 전화가 연결돼 있고 경매사 직원들이 입찰자와 통화를 진행하면서 경매인에게 즉석 대리입찰을 해주느라 연신 바쁘다. 입찰가격은 한번에 1백달러에서 1만달러단위로 올라간다. 대략 5천달러이하품목이 1백달러, 1만달러까지는 5백달러, 5만달러까지는 5천달러, 10만달러이상은 1만달러씩 계속 높아간다. 한 품목이 낙찰되는 데는 경쟁의 정도에 따라 36초에서 1분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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