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다이아몬드 헤드드럼」 등 개발/한·러 공동연구 기술개발비 적게들어/“지원비 늘리고 러 연구소 DB구축 시급” 러시아의 잠자던 과학기술이 속속 우리의 금싸라기 같은 산업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올들어 기술개발에 성공한 「다이아몬드성 카본필름 VCR헤드드럼」, 「이온빔을 이용한 단결정 구리박막제작」등은 뛰어난 러시아의 과학기술을 응용·발전시켜 상업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다이아몬드 카본필름 VCR헤드드럼개발은 KIST 세라믹스연구부 이광렬박사와 러시아 물리화학연구소 드미트리 세도제프박사가 91년말 만나면서 시작됐다. 세도제프박사는 다이아아몬드를 필름형태로 물체에 입히는 기술을 이미 20여년전에 개발했다. 다이아몬드는 내마모성이 뛰어나지만 접착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두 박사의 공동연구끝에 지난 6월말 VCR의 헤드드럼코팅 시제품이 처음 만들어 졌다. 헤드드럼은 비디오테이프를 영상으로 바꾸는 VCR의 핵심부품이다.
KIST는 대우전자에 이 기술을 이전했는데 한 발 늦게 시장성에 착안한 삼성전자가 헤드에만 다이아몬드코팅을 한 VCR을 내놓는등 다이아몬드 헤드드럼은 VCR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박사가 세도제프박사와 공동연구를 하는 데 든 경비는 항공비등을 포함해 2천만∼3천만원정도. 이박사는 『선진국들은 이런 기술을 아예 보여 주지도 않으며 미국의 한 회사는 수 백만달러를 요구했었다』고 밝혔다.
차세대반도체의 대량생산에 필수적인 이온빔을 이용한 단결정 구리박막제작기술도 마찬가지다. 반도체회로인 구리를 얇고 균일하게 배치하는데 이온빔을 이용하는 것이다. 러시아 항공우주연구소는 이온화율과 균일성의 면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뛰어난 이온가스건의 제작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품화의 길을 몰랐던 것을 KIST측이 공동연구를 제의, 지난달 상품화에 성공했다.
또 고선명TV(HDTV) 이후 미래의 영상으로 꼽히는 3차원TV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러시아의 홀로그램전문가들이 한국에 와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21세기 첨단기술의 핵심인 광학신소재 위성통신 초고전압 절연기술분야등에서 선진국을 능가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으나 오랜 사회주의체제속에 상업적 창의력이 개발 안된 채 활용을 못하고 있다.
한국의 러시아 과학기술활용을 위한 투자규모나 정보체계는 그러나 아직 미미한 형편이다.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에 의하면 대 러시아 공동연구지원비는 올해10억원에 불과하며 내년에도 2억5천만원이 증액됐을 뿐이다.
한러과학기술협력센터소장을 역임한 정형진박사(KIST부원장)는 『러시아과학자들을 초청해도 마땅한 숙소조차 없어 단기체류에 그치는 실정』이라면서 『러시아와의 과학기술협력은 투자의 개념을 갖고 접근해야 하며 수 천개에 달하는 러시아연구소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구축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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