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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평화적 해결” 일제 환영/북미협상 타결 각국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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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평화적 해결” 일제 환영/북미협상 타결 각국 반응

입력
199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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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개발 동결 일단 외교적 성과/미/경수로 지원·북과 수교협상 준비/일/중 “남북대화 재개 진전” 러 “동북아 균형 도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 세계각국은 18일 북미 제네바회담이 타결되자 『국제적 위기를 자아냈던 북한 핵문제가 대화로 해결됐다』고 안도하며 일제히 환영했다.

▷미국◁

 미국정부는 제네바회담 타결을 클린턴행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여기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일단 동결할 수 있게된 데 미국은 안도하고 있다. 북한과의 핵협상이 매우 힘든 과정이었지만 평화적 해결을 도출해 냈다는 점을 스스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북한의 핵활동을 철저히 감시·통제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면서 핵협상 타결을 북한의 핵포기와 등식화하고 있다. 그는 『미정부의 최우선적 관심은 북한의 핵계획을 현시점에서 동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의 셸리부대변인도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 야욕을 포기시키는 큰 진전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핵과거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고서는 핵투명성 보장이란 당초 협상목표가 관철된게 아닌만큼 이번 협상타결을 클린턴행정부의 외교적 개가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제네바회담의 타결이 거의 기정사실화됐던 요며칠사이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거의 북핵관련 보도를 자제하면서 협상결과를 계속 주시만 했던 것도 국내의 신중한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미국정부로서는 북한과의 핵협상 타결을 시작으로 「테러국가이자 적대국」이라는 북한의 꼬리표를 떼는 일에서부터 외교정상화의 명분을 명실공히 생산해내는 일에까지 새로운 대북외교 과제를 끌어안은 셈이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일본◁

 일본정부는 북미 제네바회담이 타결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며 북한원자로의 경수로형 전환을 위한 지원방안을 검토할 태세를 취하고 있다.

 이가라시(오십람광삼)관방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과거 핵의혹을 검증할 수 있게 되는등 일본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북한 핵문제가 대화에 의해 해결된 것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미국측과 협의를 통해 문제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무라야마(촌산부시)총리도 대북 경수로 지원문제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당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본이 지원가능한 부분은 지원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고노(하야양평)외무장관은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이 요구해왔던 과거 핵의혹이 해명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이번 합의를 환영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및 대체 에너지공급등 후속조치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검토할 것을 시사했다.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염두에 두고있는 일본은 북한과 미국간의 합의를 계기로 과거 식민지 지배의 청산을 위한 보상조치와 경수로 지원문제를 연관시켜 북한측에 국교정상화 교섭의 재개를 다시 한번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도쿄=이재무특파원】

▷중국◁

 중국은 북미회담 타결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북핵문제가 대화에 의해 해결되도록 북한측에 무언의 압력을 가해온 점을 미뤄볼 때 이를 크게 환영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바 없다. 북미간 합의내용 또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측이 줄곧 천명해온 원칙과 부합되기 때문에 중국의 만족감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 있어 한국이 배제될 경우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시각에서 한국의 소외를 우려해 왔다. 이때문에 이번 합의문에 남북대화 재개문제가 삽입된 것은 중국도 환영할 일이다.【북경=유동희특파원】

▷러시아◁

 러시아도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그리고리 가라신 외무부대변인은 18일 북미 고위급회담 타결을 환영하며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기로 한 점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외무부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러시아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한반도의 비핵화이며 이를 위해 남북한은 지난 91년 12월 합의한 상호화해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서울과 평양간의 상호불신과 대결을 극복하기 위해 남북한관계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북 경수로 지원문제와 관련, 자국형 원자로가 채택되기를 희망했던 러시아는 비록 경수로 선택문제가 미국에 일임돼 다소 아쉽기는 하나 국제 컨소시엄으로 구성될 「코리아 에너지 개발기구(KEDO)」를 통해 경수로 건설지원과 대체 에너지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북미 제네바협상 스케치/미 철수시한 1시간전 극적 타결/강석주 “북미 적대감 해소 가장 중요”/미 최후통첩에 북측 “남북대화 수용”

 ○…지난달 23일부터 무려 25일간 마라톤협상을 거듭하면서도 하루앞을 예측하기 힘들었던 북미고위급 3단계 2차회담은 미대표단의 사실상 최후통첩 시한 1시간전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핵문제의 현안에 모두 합의 해놓고도 합의문에 남북대화포함 여부를 놓고 5일간 씨름을 계속했던 양측은 17일 밤11시(현지시간)가 조금넘어 북한측이 남북대화 수용의사를 미대표부에 전화로 전해오면서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미대표단은 17일 낮 실무자회담에서 타결여부와 상관없이 18일 돌아갈 것이라고 사실상의 협상데드라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루치대표는 18일 상오의 워싱턴행 항공편을 예약해 놓았었다. 갈루치대표는 타결직후 즉시 기자회견을 준비, 자정에 미대표부에서 심야회견을 갖고 합의사실을 공표했다.

 하지만 북한대표단측은 저녁7시에야 강석주대표가 기자회견을 가져 미측과 대조를 보였다.

 그는 회담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북미간의 적대감을 해소하고 신뢰보장을 이룩하게 된 것』이라고 말해 연락사무소 개설에 중요한 비중을 두었다.

 그는 이어 『흑연감속로를 경수로로 교체하고 경수로가 완공되면 우리에 대한 핵의혹도 말끔히 해소되는 것』이라며 『양국관계가 정상화되면 아시아와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측이 회담타결소식을 이처럼 늦게 발표한 것은 합의내용에 일부 불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

 갈루치대표는 『왜 공동기자회견을 갖지않느냐』라는 질문에 『방금 전화를 통해 협상이 타결된데다 서로가 지쳐있어 따로 회견을 갖는다는 양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갈루치대표가 이날 심야회담을 강행한 것은 미국이 제네바 현지보다 평균 5시간 늦기 때문에 미국의 TV프라임시간대에 맞춰 타결사실을 터뜨리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이날 상오 실무회담 이후 회담이 타결되던 밤늦게까지 팩스와 전화를 통해 마지막 문안조정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북한과의 협상과정을 제네바에 파견나와 있는 한국의 협상지원단에 전화로 연락, 지원단이 한국정부와 협의해 다시 통보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이날 하오8시께 미측과의 공식적인 접촉을 끝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갈루치대표는 이와관련, 협상과정에서 제네바현지에 파견된 한국정부관계자와 일본,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한반도 주변국가들과 긴밀한 협의를 가졌다고 강조했다.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기까지는 핵문제의 해결과정에서 남북대화가 중요하다는 미국측의 일관된 자세가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양보할 수밖에 없게 한 가장 큰 요인이 됐다. 북한측은 마지막 순간까지 남북대화는 당사자간의 문제이므로 합의문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양측은 협상이 장기간 진전이 없자 서로 신경이 예민해져 고성을 지르거나 연필을 집어던지고 서류를 책상에 팽개치는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1시간으로 예정된 회담이 식사를 걸러가며 5시간 이상 끌기도 했고 잘 안 풀리면 『마음이 변하면 연락하라』며 자리를 뛰쳐나오는등 감정싸움도 있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제네바=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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