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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속의 담배꽁초(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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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속의 담배꽁초(프리즘)

입력
199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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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는 미국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땅덩어리나 소각시설로 본다면 애당초 우리 처지와는 비교대상조차 되지 않지만 유난스럽다 싶을 정도로 쓰레기 처리에 민감하다. 미국은 쓰레기 수거일이 따로 정해져 있다. 기자가 사는 뉴저지주 잉글우드시는 일주일에 세번 쓰레기를 거둬 간다. 화요일과 금요일은 일반 쓰레기, 수요일은 재활용 쓰레기 수거일이다. 요일만 조금씩 다를 뿐 다른 지역도 엇비슷하다.

 일반쓰레기든 재활용 쓰레기든 꽁꽁 동여매 수거해 가기 편하게 길가에 내놓아야 한다. 너저분하게 널어놓았다간 수거원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을 뿐아니라 동네사람들의 눈총과 타박을 각오해야 한다.

 이웃 주민들의 오해를 무릅쓰고 몇차례 남의 쓰레기를 유심히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일반 쓰레기야 검은 비닐 백에 들어 있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재활용 쓰레기는 한결같이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무엇보다 분류가 잘 돼 있다. 신문은 신문대로, 유리병은 유리병대로, 플라스틱류는 플라스틱류대로 정확하게 분리해 끈으로 묶거나 종이봉지에 넣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병 종류다.

 내용물이 말끔히 비어 있는 건 기본이고, 담배꽁초가 담긴 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흡연 인구가 현저히 줄어든 이유도 있겠으나 담배꽁초가 담긴 병은 재활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오줌 따위 배설물도 세척과 소독으로 악취 제거가 가능하지만 담배 꽁초가 만들어낸 냄새는 도저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식당이나 술집에 가도 병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규칙이나 제도는 만들기는 쉬워도 지키긴 어렵다. 작은 것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것을 살아있게 하는 건 어차피 생활속의 시민의식이다. 좁은 병주둥이에 담배꽁초를 밀어넣는 수고로움은 아낄수록 좋다.【뉴욕=홍희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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