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달 중국 북경대학의 초청으로 교수 및 학생들에게 특별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주제는 한중간의 경제협력 증진에 관한 문제였다.그곳에서의 반응을 통해서 특히 느낀점은, 동북아경제권 형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었다.또한 동북아경제권 형성을 위해서는 한중 양국 협력관계의 심화를 축으로 해서, 권역내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음도 감지할 수가 있었다.최근 한중 양국간의 교역·투자 기타 여러부문에 걸친 경제교류는 급격히 증대하고 있다.이러한 양국 경제관계에는 상호보완적인 측면과 경쟁적인 측면이 아울러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한국은 천연자원등의 크게 부족하고 최근에는 동력의 부족현상도 나타나고 있지만, 그동안의 경제성장을 통해 일정한 기술과 자본을 축적하여 왔다. 반면 중국은 노동력과 자원이 풍부하지만 본격적인 경제성장의 단계에 들어서면서 외국의 자본과 기술의 도입을 필요로 하고 있다. 양국간에는 이러한 경제적 상호보완성이 있는 일면, 국내외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관계를 자아내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은 인접한 신시장의 확대, 이른바 중국특수라는 측면에서 한국경제의 활력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또한 농산물·석탄·석유등 1차 산품의 중국으로의 수입선 전환이 나타남에 따라 전반적인 수입선 다변화에도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결과 중국은 이미 한국의 3대 교역대상국으로 등장하였다. 또한 중국의 요소부존에 적합한 한국측 경재력상실 업종의 이전을 통하여 산업구조 조정을 촉진하는 측면도 있다. 이에따라 중국은 한국의 최대투자대상국으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한편 중국산업의 급성장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화하고 있으며, 경쟁의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노동집약업종부문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며, 이들 업종에서 한국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중국산업의 성장은 최근 가전·전자부품류·조선등의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어서 한국산업과의 계속적인 경쟁 격화가 예상된다. 또한 지리적 인접성 및 수용의 유사성으로 말미암아 각종농산물 및 생활용품등의 국내시장 잠식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제6위의 교역국에 해당하며, 외국인 투자제공에 있어서도 아직 그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증가속도나 내용에 있어서는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교역과 투자 모두 최근의 증가율이 최상위권에 속함으로써, 한국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한국기업에 대하여 중국의 이국인 투자중 70%이상을 차지하는 화교권의 노동집약적 제조업 및 서비스업 투자와는 다른 성격의 기술을 수반한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할때 양국 경제는 호혜적인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경쟁관계도 존재하고, 또한 양국간에는 경제교류가 짧은 기간에 급속하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무역수지의 급속한 변동과 이로인한 일시적 수입제한조치, 투자기업에 있어서의 노사갈등, 내국민특우의 부재등과 같은 투자환경상의 문제점 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본다면 양국간에는 최근 상호이해와 호혜적인 경제교류가 확대되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양국간의 경제적 상호의존 심화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즉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한 고도경제성장을 지속할것으로 전망해 볼때, 양국간에는 교역·투자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경제협력이 확대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예측에 의하면 97년에 양국간 교역은 2백억달러를 상회하고, 한국기업의 중국내 투자는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이와같이 경제협력의 큰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두 나라가 상호신뢰의 바탕 위에서 이를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착실하게 조성해 나간다면, 필경 경제협력은 일층 심화되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현재 동아시아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역내의존성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양국은 상호 자국의 장점을 상대방의 발전에 기여하며, 상대방의 경제성장에서 자국성장의 동력을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는 동태적 보완관걔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양국은 이미 형성되고 있는 경제적 분업관계를 수직적·수평적으로 더욱 광범아게 다양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이러한 양국간 분업관계의 형성은 양국경제에 함께 큰 도움을 주는 동시에 세계의 지역간 경제력 균형을 위해서 절실히 요청되는 동북아경제권 형성의 기축이 됨으로써, 양국이 그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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