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MBC대학가요제는 새롭게 태어나려는 노력이 돋보인 무대였다.15일밤 가을비가 내리는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서울대 노래동아리 「메아리」의 축하노래로 막이 오른 대학가요제는 TV쇼의 분위기가 아닌 열린 공간에서 청중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도가 우선 평가받을 만했다. 참가곡들도 요증의 대중가요와는 달리 현실에 대한 젊은이들의 날카로운 사고를 엿볼수 있는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록 스타일의 대상 수상곡 「껍질을 깨고」는 참가곡들중 가장 실험정신이 뛰어났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2부에 마련된 「한국대학가요사」역기 시대정신을 담을 수밖에 없는 대학가요의 흐름을 짚어본 시간으로, 대학가요제의 그간 성격을 뒤바꿔 보려는 색다른 시도였다.
외래퇴폐문화를 거부하며 독창성을 내세운 「나 어떡해」「밀려오는 파도소리에」「내가」 등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들의 대중적인 대학문화로 자리잡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들어 대학가요제는 대학축제성격에서 벗어나 「입상=가요계 진출」이라는 공식을 일반화시키며 대학인의 특성과는 동떨어진 연예인의 탄생을 위한 행사로 인식되기도 했다. 상업적인 주가는 치솟았지만 뜻있는 이들로부터는 외면당해온 것이 지금까지 대학가요제의 역사다.
장대비를 맞으며 자정이 넘을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은 청중들과 함께 한 이번 대학가요제를 통해 「가수의 등용문」이라 불리면서 상업성이 철저히 개입돼 온 기존 대학가요제 모습에서 탈피, 77년 제1회 행사때의 순수성을 되찾고자 한 MBC의 노력은 어느정도 보상을 받은것 같다.【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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