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내놓고 보면 북한핵문제를 다룬 한국정부의 솜씨는 북한, 미국에 비해 턱도 없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미·북한의 느닷없어 보이는 외교공세를 받을때 물러섰다가 공격하고, 공격하고 물러서고 하는 탄력성이 없는 반면 북한은 막무가내식의 끈덕진 공격으로, 미국은 물러섰다가 급공하는 유연성으로 핵문제를 다뤄온 것이다. 90년대 초까지 「한반도 핵문제」는 다른 형태로 있었다. 미국이 이 지역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전술핵무기를 두고 북한은 틈만 있으면 「한반도 핵문제」를 들고 나와 한반도비핵화를 주장했었다. 소련이 무너진후 미국은 한반도핵을 철수해 버렸다. 미국은 핵문제에 관한한 존재의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소위 NCND정책을 고수해 전술핵을 철수한 뒤에도 철수여부를 말하지 않아 대신 한국정부가 북한 비난을 뒤집에 쓰면서 고초를 당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이제 미국핵도 철수 되었으니 남북협상을 진전시키자」고 말했으나 북한은 핵무기의 주인인 미국이 철수를 선언하고 있지않은데 어떻게 그말을 믿느냐고 대응했었다. 그때 기자는 백악관을 출입하면서 부시대통령에게 『한반도에 핵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YES 아니면 NO의 한마디로 말해달라』고 질문했었다. 이때 부시는 『한국의 노태우대통령의 한말을 확인하는 바이다』라는 말로 그때까지 고수하던 미국의 NCND정책을 깨고 핵철수를 시인 했었다. 미국전술핵은 철수되면서도 한국입장을 곤경으로 끌어넣었던 것이다.
미국전술핵이 한반도에서 빠지고 한국에 새 민간정부가 들어서 아직 정책착지 단계에 있을때인 93년 3월 북한은 핵확산금지협정(NPT)탈퇴로 세계를 당혹시켰었다. 이때 미국내 여론은 북한을 죽여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연일 의회의 상하원에서는 북한청문회가 열렸는데 울시 CIA국장, 이글버거 전국무장관, 리스카시 전주한미군사령관등이 나와 북한은 이미 1개 내지 5개의 핵폭탄을 만들어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과수술적 공격론이 나오고 북한의 서울 불바다발언도 뒤에 나왔다. 한승주 외무장관은 미국 중국 러시아로 열심히 뛰었다.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북한의 NPT탈퇴, 미국의 강경책에 억눌려 어떻게든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도록 하면서 전쟁억제를 하고 핵문제를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 한국정부가 정권의 생명을 걸다시피까지 하면서 지켜오던 「미·북한 관계개선불가」빗장도 쉽게 열어줬다. 핵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과 북한이 수교를 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반도 문제해결의 유리한 고지점령을 위해 던진 수단인 핵을 액면 그대로 받은 것이다.
그는 한반도문제 전체로서의 북한핵을 다루기보다는 이 핵문제 자체를 풀겠다고 할수 있는 양보를 미국이고 북한에게 마구 했다. 북한핵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절대불가」입장을 취하던 미북관계개선의 동의와 북한경수로 건설을 위한 30억달러의 지원약속까지 한국으로부터 받아낸 미국은 여유를 갖고 제네바북미회담을 마무리 짓고 있다.
미국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경수로를 지어주면 이것이 북한핵 개발의 저지 뿐 아니라 한반도통일에 어떤 계산이 되는지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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