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자택 이례회동… “심각” 반영 정부와 민자당이 급해졌다.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 고위급회담 결과를 놓고 비판여론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측의 우군이어야 할 여당내부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일고 있어 당정은 대국민설득에 나서기 전에 우선 집안부터 단속해야 할 형편에 놓여 있다.
16일 아침 열린 긴급고위 당정회의는 이같은 어려운 상황을 풀기 위한 당정의 첫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이 회의는 전날 저녁 정부측이 당측에 급히 요청해 이뤄졌다. 의제는 북미 제네바고위급회담 진행상황과 향후 남북관계였다.
정부측에서는 이홍구통일부총리와 한승주외무장관만이 참석한데 비해 당측에서는 김종필대표를 필두로 문정수사무총장 이세기정책위의장 이한동원내총무 서청원정무장관 박범진대변인등 고위당직자들이 총출동했다. 회의는 서울 청구동 김대표자택에서 열렸다. 김대표가 부총리를 직접 상대하고 자신의 집을 회의장소로 제공한 점등이 모두 이례적이다. 그만큼 당정 모두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당측에서 강용식정세분석위원장이 배석해 눈길을 모았다. 정세분석위가 당의 여론수렴 및 분석창구인 점에 비춰 당정이 여론의 흐름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회의에서는 먼저 정부측이 제네바회담과 관련,경수로 핵심부품 반입전 특별사찰실시등 합의사항과 남북대화재개등 쟁점사항들을 조목 조목 설명했다. 이부총리는『북미회담이 끝나는 대로 남북대화의 모든 채널을 가동하겠다』 고 밝혔다.
당측의 표정은 금세 굳어졌다. 당측은 특별사찰 실시시기와 폐연료봉및 방사화학실험실처리, 남북대화 재개문제 등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이의장등은 『이같은 합의대로라면 당초 한미간에 합의한 과거핵투명성 보장은 무산되는 것 아니냐』고 강한 어조로 따졌다. 당측은 또 『경수로 지원등에 우리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결과로 과연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겠느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이부총리는 『회담내용이 국민들이 모두 수긍할 정도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우리 입장도 상당부분 반영됐다』 며 당측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다.
한장관도 『협상은 상대가 있으므로 1백% 우리 뜻을 관철시키기는 어렵다』 면서 『이제 합의한 내용을 어떻게 성실히 이행시키느냐가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한장관은 이어 『남북대화 재개를 합의문에 명문화시키기 위해 한미양국이 모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는 『특별사찰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2∼3년정도 늦어진다』 며 『그 이전에라도 다른 조치들을 통해 기술적으로 사찰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결국 1시간30여분동안의 격론 끝에 당정은 「제네바회담 결과수용 및 대국민설득노력 전개」 로 회의의 가닥을 잡았다. 또 경협추진등 남북대화 재개에도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의 의중을 업은 정부측에 당측이 설복당한 셈이다. 다른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이유도 있다. 당정의 설득논리는 오는 18일과 19일에 각각 있을 국무총리 시정연설과 김대표의 정당대표 연설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회의로 남북문제를 둘러싼 당정의 고질적인 불협화음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민자당의원 다수가 여전히 정부측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교안보팀의 문책을 주장할 정도로 격앙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주중 열릴 민자당 당무회의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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