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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등 건강이상 가장 유력/김정일 「잠적88일」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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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등 건강이상 가장 유력/김정일 「잠적88일」 이유는

입력
1994.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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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후 급속악화 “최근 호전”/“상중 근신” 명분에 얼굴없는 통치 김정일은 지난7월20일 중앙추도대회 이후 16일 1백일 추모회에 나타날 때까지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88일 동안 무엇을 했는가.

 김정일이 「잠적」했던 진상은 앞으로 그가 승계할 최고권력을 안정되게 유지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의 주장은 「복상」중이었다는 것.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북한의 당국자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김정일이 상주로서 근신하고 있었으며 권력승계도 「인민들의 추모열기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는 요지의 설명을 되풀이해 왔다.

 이 기간동안 북한에서는 7월27일 전승기념일, 8월15일 범민족대회, 9월9일 정권수립기념일, 10월10일 당창건 기념일, 10월11일 단군릉 준공식등 비중있는 행사가 여러차례 있었으나 김정일은 단 한차례도 참석지 않았다.

 지난달20일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특사 파노프 외무차관, 같은달 9일 북한을 방문한 일본 의회대표단등 외국인사들도 김정일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부친의 상중에는 면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3개월이상 권력승계가 지연되고 후계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공산국가에서도 사례가 없는 것으로 상중이라는 단순한 이유로는 설명되지 못하고 의문이 남는다.

 정부관계자들은 김정일이 「잠적」했던 이유로 건강악화를 가장 유력하게 꼽아왔다. 김정일은 심장병과 당뇨병의 합병증세가 김일성사후 급속도로 악화돼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 있다가 지난달 중국에 송호경외교부 부부장을 특사로 친서를 보낼 때부터 조금씩 호전됐다는 설이 상당히 설득력있게 제기돼 왔다.

 이같은 설명은 최근 각부처 및 기관의 정보관계자들의 회의에서도 일치된 해석으로 정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막후에서 「얼굴없는 통치」를 하는 동안 김정일은 몇가지 두드러진 활동을 해 보이기는 했다. 우선 지난달 5일과 26일 황해도 연백지역과 평남 맹산군등에 강성산총리등 당정의 핵심층을 대거 내려보내 시찰토록 했다. 중앙의 수뇌부를 모두 비우다시피한 이같은 조치가 모두 김정일의 이름으로 행해져 존재를 과시하는 듯했다. 또 외국국가원수에게 보내는 서한과 축전·답신등을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보내 사실상의 국가원수임을 강조해 왔다. 또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동안 그는 각종 지시,감사장,축하문등은 활발히 일선에 내보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행동들이 모두 다른 불안요인들을 해소해 보기 위한 의도된 시위였다는 분석이 있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20년 동안 준비해 온 권력승계가 막상 실천되는데 1백일이상 걸렸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장기간 의구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홍윤오기자】

◎「김정일등장」 각국반응/중,담담한 태도… 북사정 사전인지 반영/미 “승계 이미진행… 놀라운사건 아니다”/일,「김정일체제」 빠른속도로 전환 전망

 북한의 김정일이 지난 7월20일 김일성의 시신공개이래 88일만인 16일 김일성 1백일 추모제에 모습을 드러내 전세계 매스컴의 관심을 모았다. 그간 그의 권력승계가 지연되자 와병설, 권력투쟁설등 온갖 소문이 무성했지만 이로써 북한권력승계에는 큰 이상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에 대한 일 미 중의 반응을 살펴본다.

▷일본◁

 일본은 북한의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북한전문가와 외교소식통들은 김정일이 11일의 단군릉준공식에도 나타나지 않자 그가 심각한 병을 앓고 있거나 북한내부에 후계체제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관측을 해 왔으나 이날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이러한 의혹을 불식한 셈이다.

 김정일은 북한매스컴이 설명해온대로 「추도기간동안의 자숙」을 끝내고 공식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아 김정일체제로의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정일은 제네바북미회담에서 6개월이내에 양측의 연락사무소를 설치키로 합의하는등 외교성과를 올린 점에 상당히 고무됐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은 이같은 외교성과를 충분히 활용,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뒤 국가주석과 당총서기직을 차례로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도쿄=이창민특파원】

▷미국◁

 미국정부는 김정일이 장기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을 때도 그의 권력승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해왔기때문에 이번에 김일성추모제에 참석한 것도 놀라운 사건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클린턴미행정부는 김일성 사망이후 이제까지 김정일의 권력승계과정에서 별다른 이상징후를 포착하지 못했으며 북한의 새 지도자로서 김정일이외의 대안이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미국무부의 한 관리는 지난달 북한 고위층인사가 『김정일의 권력승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상황이며 그의 주석직 승계도 떠들썩하게 치러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우선적 관심은 김정일의 세계관,특히 대미시각이다.미관리들은 김정일이 지난달 중순 유엔주재 박길연 북한대사의 지미 카터전미대통령 면담시 대미관계에 있어서 김일성의 노선을 따를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는 사실을 들어 북한의 대외정책에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중국◁

 중국은 김정일이 1백일 추도식에 모습을 드러낸데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 같다.중국은 어느나라보다도 북한사정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 북한에서의 김정일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김일성사후에도 북한고위급인사의 북경방문이 계속돼 왔다.지난8월30일 송호경외교부부부장에 이어 9월27일∼10월4일 이종옥부주석이 북경을 방문, 중국정권수립 45주년기념행사에 참석한뒤 강택민중국국가주석 이붕총리등과 회담을 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조규일외교부부부장이 중국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그간 김정일의 공식직위승계문제뿐 아니라 북미핵회담등  북한의 현안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중국으로서는 김정일의 권력승계이상설에 대해서도 일체의 코멘트를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온 것으로 보인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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