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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너무 양보/북핵 사실상 타결… 미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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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너무 양보/북핵 사실상 타결… 미의 태도

입력
1994.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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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핵규명」담보 없이 서둘러/북에 채찍포기 당근만 안긴셈 북미 3단계회담을 통해 미국은 핵동결 관철이라는 기본목표를 달성하는 대가로 연락사무소설치라는 관계개선안을 북측에 제공했다. 물론 이번 회담의 초점이 경수로지원을 비롯한 핵문제에 맞추어진 만큼 상대적으로 연락사무소설치를 위한 각론이 세세하게 논의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북미 양측은 이번 합의문 발표 이후 수개월 이내에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 후속협의를 진행시킬 예정이어서 쌍방간 관계개선을 위한 제반논의는 보다 활기를 띨 전망이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핵동결을 약속하는 대신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정식 외교관계로 나아가는 기초를 다진 셈이 된 것이다.

 또한 연락사무소의 상호설치는 이번 합의문실천을 위한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어 북미 양측은 쌍방관계의 진일보를 대내외에 가시화하게 됐다. 특히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면 북미간 외교정상화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확약을 북한측에 제시하는가 하면 한국형 경수로채택에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최대한 설명, 회담타결을 서둘렀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협상전략은 마치 초읽기에 몰린 것과 같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한미 양국이 철석같이 약속했던 북한의 「핵과거 투명성확보」는 끝내 관철시키지 못한 결과가 됐다. 『특별사찰없이는 경수로지원도 없다』는 한미간 공동보조도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이른바 북핵 투명성확보의 관건이랄 수 있는 과거핵규명은 경수로 핵심시설이 북한에 들어오는 시점까지 뒤로 미루어진 채 「조건적 특별사찰의 양해」만이 이번 회담의 결과로 남은 것이다. 경수로 역시 한국형이란 표현을 북측이 거부해 1천㎿급 경수로(한국형이 표준) 2개라는 식의 표현으로 대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나아가 북미회담에 보다 신중을 기해달라는 한국의 주문을 사실상 묵살했다.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영구동결시키는 것이 미국의 당면한 정책목표였다고 한다면 미국은 적어도 이를 완전히 관철시키진 못했다. 북한의 핵활동에 대해 유엔제재까지 불사하겠다며 으르렁대던 미국이 불과 3∼4개월 사이에 「불안정한 핵동결」만을 담보로 북한에 큰 외교적 승리를 안겨 준 것이다.

 최근 클린턴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 대외문제에 나약하다는 일반여론을 만회하기 위한 부담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다. 쿠바 아이티사태의 적극개입과 이라크의 움직임에 대한 기민한 반응등이 이를 잘 설명한다.

 또 미―베트남 연락사무소문제도 최근 급속히 진전, 금명간 사무소개소 날짜를 확정한 뒤 그로부터 30일 이내에 업무를 개시토록 조치했다. 미국은 이미 하노이에 9층짜리 건물을 마련했으며 과거의 적이었던 베트남과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대내외에 선보임으로써 클린턴의 외교력을 부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북한과의 협상도 이같은 미국의 정치적 계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이미 카터 전대통령의 평양방문은 계기로 북핵문제를 위해 준비해왔던 양날의 칼을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당근과 채찍으로 요약됐던 미국의 협상전략은 당근으로 일원화된 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우호관계였던 한국과 미국은 상당한 외교적 앙금을 남기게 됐다.

 북미회담의 불안정한 타결은 그래서 한미관계의 새로운 조명과 인식을 뒤따르게 함은 물론 이로 인한 클린턴행정부의 추가적인 외교부담이 될 수도 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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