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리스크줄어 해외 수출·투자 활성화/미·일·독주도 개도국수지 관리 우려도 국제통화질서 개편과 관련, 환율의 폭등락과 국가간 정책조율마비를 가져온 현행 자유변동환율제를 준고정환율제로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에 미칠 파급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준고정환율제는 달러 마르크 엔등 3개 기축통화간 기준환율을 정해 일정범위(±10%)안에서 안정시키자는 것으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총회에서 공식 제기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방한중인 미셸 캉드시 IMF총재도 14일 『국가간 거시정책을 원만히 조정하려면 준고정환율제가 이상적이고 개인적으로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물론 준고정환율제는 강대국간의 얘기인데다 아직 「아이디어」에 불과, 시행되더라도 우리나라에 직접적이거나 막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같다.
캉드시총재도 『미국 일본 독일등 기축통화국들의 반대로 당장 실현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한 변동환율제를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는 확산일로에 있고 그렇다면 방향은 「준고정」쪽이 유력하다. 높은 대외의존도속에 자본시장개방 환율제도개편등 외환자율화를 가속화하는 우리나라로선 국제교역의 양과 흐름을 결정할 국제통화제도변화에 결코 무심할 수는 없다.
우선 환율안정을 목표로 한 준고정환율제가 등장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외교역과 해외투자도 그만큼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파른 환율변동에 의한 뜻밖의 손실가능성, 즉「환리스크」가 줄기 때문이다.
수출입업체에 환율은 곧 팔고 사는 물건의 값이고 환율불안정은 곧 상품값을 예상할 수 없음을 뜻한다. 환율의 급등락을 용인하는 현 체제하에선 무역업체 해외투자기업들은 항상 막대한 손실위험(이익확률도 있지만)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준고정환율제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환율걱정없이 보다 편한 마음으로 대외거래를 할 수 있고 이같은 교역확대속에 보호무역장벽은 허물어져 우리나라의 수출전망은 한결 밝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준고정환율제의 안정논리 이면엔 미·일·독등 3개 기축통화국이 세계경제를 공식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강대국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논의의 발원지인 미국제경제연구소(IIE) 존 윌리엄스박사는 최근 『준고정환율제하에선 특정국가가 과도한 국제수지흑자나 적자를 내지 않도록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율에 의한 국제수지 균형조절이 불가능해진 이상 개별국가들의 국제수지를 IMF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관리방식은 각국이 IMF와의 정례협의를 통해 국제수지균형을 가져올 수 있는 환율(균형환율)을 정하는데,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엄청난 흑자를 냈다면 정부는 IMF요구에 따라 원화절상을 해야 한다는 식이다.
물론 우리나라로선 막대한 국제수지흑자의 가능성도, 흑자를 낼 의사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환율이 IMF, 더 정확하게는 IMF를 이끄는 선진국에 의해 결정돼 환율정책이 정부의 정책수단목록에서 사라진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강문수박사는 『환율이 안정되면 우리나라로선 분명 득이 크지만 「정책조율」을 통해 국제수지를 관리한다는 논리의 저변엔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의 무역증대와 국제수지흑자를 견제하겠다는 뜻이 있다』고 지적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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