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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북미 핵 타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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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북미 핵 타결(사설)

입력
1994.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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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의 북한의 핵개발상황을 철저히 파헤치고 장차 핵개발을 완전 포기토록 하기 위한 미국과 북한과의 협상이 중간선거등 국내사정을 고려한 미측의 일방적양보로 북한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현재와 미래핵의 저지에 급급한 나머지 북한에 경수로원전건설등 각종지원과 함께 과거핵규명을 위한 특별사찰시기를 크게 연장시켜준 것이다. 이는 북핵의 모든 것을 조기에 동시규명한다는 한미간의 사전약속을 어긴 것으로 한국은 졸지에 설자리를 잃게된 것이다.

 한미양국은 특별사찰시기를 건설중인 원전의 가동중단에서 경수로 착공직전까지로 합의했던 것을 이번에 기본설비가 끝나고 가압기와 터빈등 핵심기자재가 반입되기전까지로 늦춰 준 것은 한마디로 특별사찰을 무효화하려는 북한측 전략에 말려든 셈이 된다. 핵심기자재의 반입 직전은 전체원전공정중 70∼80%가 진척된 4∼5년후의 일로 그때가서 북한이 또다른 핵카드로 이를 기피하려할지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다음 경수로원전의 모델선택과 건설주도문제도 그렇다. 미국은 한국형이라고 합의문에 명시하지 않았으나 북한이 양해하고 한국이 건설에서 큰역할을 하는 것으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한국형모델을 거부한 점을 고려, 최근 미국이 한국측에 미국형에 동의를 요청해온 것도 심상치 않다. 또 장차 공사를 위해 한국의 기술자와 건설인력의 대거 입북때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역시 미지수다.

 끝으로 북미간에 남북대화재개에 대해 과연 어떠한 논의와 약속이 오갔는지 아리송하다. 사실 남북대화 재개는 북핵해결의 일환으로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은 북한과 연락사무소교환시기를 대화진전과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제기했다고 하지만 한국을 달래려는 수사적인 의미 밖에는 무게를 두기 어려울듯 하다. 이처럼 미국이 한미간의 공조정신을 무시한채 자신들의 이해와 편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완성하는 북핵합의안에 대해 정부가 뒤늦게 북핵저지, 전쟁재발방지, 남북 당사자간해결, 특별사찰, 경수로의 한국주도등 5개항의 원칙이 반영된다면 수용할 뜻을 비친 것은 궁색하기만하다.

 정부는 북핵협상에서 완전소외된데 대해 깊이 반성해야한다. 그동안 국민에게 다짐했던 「철저하고도 광범한 방식에 의한 북핵해결」 「과거핵의 조속한 규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미국과의 약속만 믿고 끌려다녔던 북핵외교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국민을 이해시켜야만 경수로건설비용을 염출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북핵정책, 대미외교의 시행착오를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책의 상당부분은 정부관계부처간의 불협화음과 정책혼선에서 비롯됐음도 깊이 자성해야 한다. 그와함께 대미자세, 북핵타결이후의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 그 기조는 반드시 우리의 목소리와 확고한 원칙이 바탕을 이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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