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합의안 실천봐가며 강온병행/김정일 전면등장땐 정상회담 추진 임박한 북미회담의 합의가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보장은 사실상 없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4일 『북미합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우리측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여러 단계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남북한간 줄다리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가 장기간의 유예기간을 예정하고 이루어진 만큼 핵문제해결의 향후 전개과정에서는 소외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정책수단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측은 결국 합의내용을 일단 수용하면서도 앞으로 북한의 태도에 따라서는 강경한 대응을 펴나가겠다는 자세다.
정부는 북한의 권력승계 추이에 따라 여러 갈래의 남북대화 재개방안을 준비해왔다.
15일 백일추모제 이후 김정일의 주석직 취임등 북한의 정치일정이 순조롭게 이어질 경우 정상회담의 재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핵통제위원회와 고위급회담 산하 각 분과위등 하급회담은 우리측으로서는 「차선(차선)」의 선택이다. 북한의 상대만 확실하다면 적어도 북미간 연락사무소가 설치될 때까지는 남북간 상호비방을 중지하고 정상회담에 합의했던 「6월말의 상태」로 복귀해야 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권력승계가 다음 달 이후로 지연될 경우 정부는 핵통제위원회등을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핵문제해결의 대강이 이미 미국측의 대폭 양보로 선이 그려진 만큼 핵통제위원회와 같은 회담이 실효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홍구부총리는 이날 『상황적인 논리로 볼 때 남북회담은 반드시 재개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제네바에서 북한과 미국은 남북대화의 재개문제를 명문화하는 문제를 놓고 마지막까지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측은 지난 7월 2단계 고위급회담 당시와 마찬가지로 남북대화의 재개를 묵시적인 합의사항인 상태로 넘어가는 방안도 마지막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이 북미회담 합의사항을 가장 순조롭게 이행하게 되는 낙관적인 경우에도 남북대화의 재개는 수개월 후에나 실현될 먼 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 기간에 『북미관계개선은 남북관계개선과 병행돼야 한다』는 지난 한미외무장관회담 때 합의를 걸어 새로운 줄다리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북대화는 핵문제 때문에 단절됐지만 이를 다시 재개하는 것은 핵문제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된 뒤에도 불투명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 같다. 우리측이 새로운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남북한·한미간에 새로운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
2년 이상 제동이 걸려온 남북경협은 이번 합의 이후 어느 정도 완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빠르면 오는 18일 통일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경협의 완화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금까지 정리한 핵―경협 연계방침은 핵문제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경우 투자타당성 조사를 위한 기업인 방북을 허용하고 다음 실질적 진전이 있을 경우 경공업분야를 중심으로 소규모 시범투자를 허용한 뒤 마지막으로 핵개발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경우 모든 분야의 경협을 본격화한다는 3단계였었다. 이번 북미합의로 우선 기업인의 방북등 기초적인 경협을 재개한 뒤 정부는 핵문제와 연계해온 경협원칙을 다시 남북당국간 관계개선과의 연계로 바꾸는등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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