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한국을 방문할 이붕중국총리는 권력서열상으로는 강택민국가주석에 이어 2위이나 두터운 권력기반을 갖고 있는 「실세」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이붕총리는 지난 3월 전인대(의회)에서 정책보고를 낭독하던중 「중조(중국―북한)관계」를 「중한관계」로 잘못 읽은 예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한국과의 협력에 가장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 지도자다.한중수교도 그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에 대한 압력효과등 이총리의 방한을 중시하고 환영해야 할 이유는 이밖에도 많다.
그러나 수교이후 한국대통령이 두번씩이나 중국을 다녀간 만큼 중국의 국가원수인 강택민이 답방해야 된다는 「당연한 논리」와 강주석 자신이 연내에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천명해온 점에 비춰볼 때 이총리의 방한이 강주석에 앞서 이뤄진데 대해 아구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지난 3월 김영삼대통령의 중국방문때 한국기자들이 강주석과의 회견에서 『한국 국민들은 강주석이 한국을 답방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끈덕지게 방한시기를 질문한 것도 실인즉 중국측에 압박을 주자는 것이었다.
중국측은 이총리 방한이 강주석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며 강주석이 반드시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강주석의 답방문제를 미결로 놔둔채 이총리를 초청키로 한 것은 북한을 의식해야 하는 중국의 입장을 십분 이해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강주석이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의 중국방문에 대한 답방을 지난 달 이행하고 몽골과도 관계개선후 곧바로 국가원수의 상호방문을 실현한 전례를 지켜본 입장에서는 실리와 상대방 입장고려를 앞세운 우리측의 자세가 앞으로 장구히 지속될 대중국 관계에서 첫단추를 잘못끼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손님을 초청해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과공 역시 비례라는 점을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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