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무사안일 지휘관도 도려낼 환부/군 “전화위복 계기로…” 안간힘 장교 무장탈영사건과 관련, 13일 군사법원이 탈영 장교들과 하사관, 상관 구타 사병들에게 10∼7년씩의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사건 발생 보름여만에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1심재판이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절차는 군사법에 따라 선고후 10일 이내에 「관할관」인 11군단장의 확인을 거친뒤 1주일 이내에 확인서가 피고인 가족들에게 통보되면 가족들은 다시 1주일 이내에 항소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항소가 이뤄지면 사건은 국방부 군사고등법원으로 넘어와 곧바로 항소심재판이 열리도록 돼있어 빠르면 이달중 항소심 첫공판의 열릴 가능성도 있다.
군은 이번 사건으로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국민들은 군의 기강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충격을 받았고 군 스스로도 군기문란 실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실토했었다.
이번 재판을 계기로 일선부대의 ▲고질화된 사병들의 하극상 실태 ▲일부 장교·하사관들의 자질 부족 ▲보고체계 미흡등의 문제점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신세대 사병들의 흐트러진 정신전력이나 군기강 해이는 군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최우선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집단 무장 탈영을 감행한 일부 장교들의 극단적 행동은 물론 처벌이나 징계가 두려워 무사안일·복지부동 쪽을 택한 지휘관들의 자세 또한 과감히 도려내야할 환부임을 깨닫게 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보고 과정을 보면 위기상황을 「요령」과 「형식」으로만 모면하려는 군의 고질적 병폐를 드러냈다.
육군은 그동안 해당 부대 대대원 5백여명을 상대로 상관모독등 군기위반사례를 집중 조사, 모두 29명을 구속했다. 이중 직접 관련자 9명이 이날 1심공판까지 마쳤으며 대대장 장두혁중령(41)과 나머지 군기위반사병 19명은 계속 조사중이다. 군수사당국은 이들의 혐의 내용을 정밀 조사해 기소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나 장중령의 기소여부를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대장 신영순대령(43·육사30기)은 군단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징계위원회는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군은 이번 사건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흐트러진 군기강을 하루 빨리 재정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국민도 그 과정을 기대에 찬 시각으로 지켜 보고있다. 그러나 군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거듭나기 위해서는 고위지휘관들에 대한 지휘책임까지 함께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홍윤오기자】
◎판결문 요지
▲상관폭행 사병들에 대하여=영내에서 하급자를 폭행했고,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군의 기본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군내에서 하극상사고가 발생돼서는 안된다는 굳은 결의로 군 전체에 경종을 울린다는 취지에서 피고인들을 중형으로 다스리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된다.
▲탈영 소대장 2명에 대하여=피고인들은 소속부대의 고질적 병폐와 부조리를 상급부대에 알려 이를 바로잡고자 무장탈영했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극단적 방법 대신 지휘보고, 고충처리제도, 상급부대 진정등의 합리적인 방법을 택했어야 함에도 이를 시도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설사 자신들이 그런 목적을 가졌다 하더라도 총기를 난사하고 군용물을 절취해 무장탈영한 것은 엄벌에 처해 마땅하다.
▲중대장 2명에 대하여=소속대 내에서 총기발사사고 또는 폭행사고·대상관범죄등이 발생하면 즉시 그 상황을 직속상관에게 보고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도록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 후 보고하지 않아 그 직무를 유기한 점이 명백하다. 이로 인해 소속부대의 소대장과 선임하사가 무장탈영까지 하는 사태를 유발한 점에 비추어 각각 징역 3년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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