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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와 신세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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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와 신세대(사설)

입력
1994.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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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관계의 미래와 젊은이」란 주제로 11·12일 이틀 동안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일학생심포지엄은 다음 세대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양국간에 얽힌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뜻깊은 자리였다. 두 나라 대학생들은 지금까지의 여느 모임과는 달리 양국 국민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피해의식이나 가해자란 죄의식의 테두리를 벗어나 젊은이다운 솔직함으로 뜨겁고 진솔하게 양국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하고 바람직한 미래관계의 정립을 모색했다.

 한일관계는 지난 반세기 동안 표면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해왔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아직도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나마 양국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움직인 것도 최근의 일로 양국 국민의 감정의 골과 응어리는 메워지지도 않았고 풀어지지도 않았다.

 이같은 상태로는 한일양국이 태평양시대의 주역으로 그 임무를 다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양국이 밝은 관계를 정립해 태평양시대의 견인차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21세기에 양국을 이끌고 나갈 주역인 젊은이들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지도 오래다.

 한국일보사가 창간 40주년 기념으로 창간 1백20주년을 맞은 요미우리(독매) 신문사와 손을 잡고 개최한 이번 심포지엄도 이같은 반성과 기대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동안 양국 젊은이들의 교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정부는 최근 청년교류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관광성 교류」의 분위기가 짙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심포지엄은 한일청년교류의 한 전형을 제시한 것으로, 광복 50주년과 한일국교정상화 30주년을 눈앞에 두고 양국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상황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가한 30명의 양국 대학생들은 기대대로 「국제화시대의 한일관계 정립」이란 공통인식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의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는 수준높은 토론을 전개했다. 『순수한 민족문화만이 고급이며 타문화는 저속하다고 규정짓는 것은 편견이다』고 일본의 대중문화 유입을 막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비판한 한국학생의 발언에 대해 일본학생들은 『재일한국인등에 대한 차별문제는 일본민족주의 폐단의 단적인 예다』 『일본역사교과서는 자국을 중심으로 세계사 전반을 기술하고 있다』는 일본 비판으로 화답하는등 한일관계의 밝은 앞날에 기대감을 갖게 해주었다.

 이처럼 서로를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의 물꼬를 튼 이번 한일학생 심포지엄은 가시적인 성과 못지않게 젊은이들의 교류마당을 보다 넓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이번 모임을 계기로 한일간의 민간교류, 특히 청년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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