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28만평… 1백여전시관 시설개조/반도체회사·연구소·정보통신대 입주 지난 92년 지구촌가족을 꿈과 미래, 문화와 과학의 세계로 이끌었던 세비야엑스포장이 첨단과학연구단지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세비야 시내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엑스포전시장에 들어서 테마파크를 가로질러 가면 방사형의 잘 짜여진 도로망과 수십채의 건물군이 나온다. 바로 이 곳이 스페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첨단과학연구기지. 엑스포 때는 세계 각국의 국가관과 대기업들의 전시관이 있던 곳이다.
단지내 대형 도로망중 가장 북쪽에 있는 길에 들어서면 멕시코정부관 옆으로 눈에 익은 4각형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엑스포 당시의 「대한민국관」이다. 현재의 주인은 스페인의 첨단전자산업업체인 테크놀로지카사. 유럽우주기구의 위성개발사업과 스페인정부의 방위산업등에 참여하고 있는 이 회사는 엑스포가 끝난 뒤 우리 정부로부터 이 건물을 구입했다. 그 뒤 건물 내부를 완전개조해 자체개발한 로봇등 첨단시설을 설치, 반도체등 전자제품개발 및 품질검사소·실험실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관 옆은 세계적인 복사기·팩스제조회사인 제록스의 전시관. 현재 제록스사에서 자체 연구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엑스포 당시 전시관이 첨단산업관련연구소 또는 배후지원시설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은 전체 1백여개중 40여 군데에 이른다. IBM 지멘스 필립스사등은 자체 전시관을 연구소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 또 프랑스정부관등은 수질환경연구소로 이용되고 있다. 나머지 전시관은 업체의 분양신청을 기다리고 있거나 주정부 또는 중앙정부에서 교육시설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엑스포장내 첨단과학단지운영 및 관리회사인 카르투하93측에 의하면 과학단지의 전체 면적은 모두 94만6천㎡. 이중 53만3천6백여㎡가 각종 연구시설 및 간접지원시설에 제공될 예정이다.
과학단지운영의 심장부는 카르투하93의 본부가 자리잡고 있는 무역센터. 단지 남쪽 입구편에 있는 이 건물은 단지내의 종합정보컴퓨터통신망(ISDN)을 관리하고 입주기관의 위성통신등을 중계하는 텔레포트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입주업체나 기관은 화상회의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 세비야 위성통신센터나 세비야 피네다통신센터의 중계를 통해 「유텔샛」(유럽위성통신) 「인텔샛」(세계위성통신) 또는 지중해와 남대서양의 해저케이블망도 이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세비야대의 산업공학 및 정보통신관련 전문학교와 스페인 중앙정부의 3∼4개 기술연구소등이 완성되면 세비야단지는 학문적으로도 튼튼한 뒷받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카르투하93측의 설명. 세비야대는 현재 남미관 아프리카관에서 전문학교개설작업을 진행중이다.
카르투하93의 하이메 몬타네르대표는 『세비야 첨단과학단지조성은 세비야의 2004년 올림픽유치와 함께 스페인정부 안달루시아 주정부 및 세비야의 주요 역점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입주업체에는 총 투자액의 50%를 즉각 환수할 수 있을 정도의 세제·보조금지급등의 각종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며 한국업체들의 호응을 기대했다.【세비야=신효섭기자】
◎스페인 투우계의 샛별 11살 투우사 「로페스」/성인 뛰어넘는 대담성·묘기… 입문 2년만에 “국민적 영웅”
얼굴에 앳된 기가 채 가시지 않은 갈색머리의 미소년 훌리오 로페스(11).
친구들과 어울려 장난이나 칠 나이에 토레오(투우)의 세계에 뛰어든 이 소년 톨레로(투우사)가 스페인 국민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페인 국민들은 로페스군이 2백∼3백㎏의 황소들을 상대로 벌이는 삶과 죽음의 한판 승부에서 멋진 묘기를 펼칠 때마다 환호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로페스군은 투우사를 도와 소를 흥분시키는 역할에 그치는 보조 투우사가 아니다. 돌진하는 수소의 등에 칼을 꽂아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당당한 투우사이다. 때문에 날카로운 쇠뿔에 받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도 그의 몫이다.
스페인 근교 엘에스코리알 마을의 축제에서 만난 로페스군의 모습은 화려하고 당당했다. 축제의 마지막날 열린 투우의 마지막 경기에 등장한 로페스군은 핑크빛 가포테(투우를 유인하기 위해 흔드는 망토)를 흔들며 날카로운 뿔을 뉘어 돌진하는 2년생 수소를 요리조리 피해갔다. 10여분후 재빠른 솜씨로 수소의 등에 2개의 날카로운 반드리야(창)를 정확히 꽂은 다음 흥분한 수소의 바로 앞에서 등을 돌린 자세로 무릎을 꿇고 3∼4초 동안 정지 동작을 취했다. 최고 수준의 성인 투우사도 하기 어려운 동작이다.
다시 5분여 뒤 이리저리 날뛰다 멈춘 황소를 응시하던 소년 투우사는 칼을 등골에 꽂아 넣음으로써 간담이 서늘해졌던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마타도르』 『마타도르』(용감하다는 뜻)를 연호하는 관중들에게 화려한 제스처로 답하는 그의 모습은 투우의 문외한에게도 투우사의 전형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끝난후 그는 죽은 투우의 귀와 꼬리, 그리고 뛰어난 재능과 용감성을 보인 투우사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칭송 표시인 다리 한쪽까지 잘라 받았다.
로페스군이 투우를 시작한 것은 9세때. 한때 명성을 날리던 투우사였던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아버지로부터 기초훈련을 받은 그는 현재 활동하는 명투우사들의 집중 조련을 거치면서 뛰어난 자질을 보이기 시작, 그해 1년생 수소를 상대로 가진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유연한 동작에 보통의 성인에게서도 기대할 수 없는 대담성을 지녔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였다.
엘에스코리알 마을의 투우 경기후 기자와 만난 로페스군은 『소를 대하기 전에는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투우장에 들어서면 겁은 사라진다. 오직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그에겐 특별히 존경하는 투우사는 없다. 대신 모든 투우사를 존경한다고 말한다. 『모든 투우사는 생명을 걸고 투우장에 들어선다. 그것이 내가 그들을 존경하는 이유』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엘에스코리알(스페인)=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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