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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프랑스공장/“코리아 화장품”세계화선봉(유럽의 한국기업: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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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프랑스공장/“코리아 화장품”세계화선봉(유럽의 한국기업:5)

입력
1994.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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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고이미지」 영업전략 최우선/향수·로션 등 올 1백80억 매출목표/현지인 채용·판매망 1천2백개로 확대 계획도 파리 남서쪽 약90 근교의 샤르트르시.

 르와르강변의 고성과 대성당으로 유명한 인구 4만의 전원도시 샤르트르시 일대에는 유럽의 유명화장품 회사가 집중돼 화장품 공업지대(COSMETIC VALLEY)를 형성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겔랭, 파코 라반, 크리스티앙 디오르등 프랑스는 물론 유럽 각국의 유명 화장품업체 20여개와 향수메이커, 관련 하청업체가 밀집돼 있다.

 화장품에 관한 한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프랑스의 화장품 생산단지 입구에 들어서면 뜻밖에도 우리 눈에 친숙한 이름이 눈에 띈다. 한국의 대표적인 화장품업체 「태평양」이다.

 태평양이 이곳에 처음 진출한 것은 90년 10월 세계적인 화학업체 유니레버그룹으로부터 향수 생산공장을 인수하면서부터.

 화장품의 본고장에 진출해 경쟁이 되겠느냐는 국내외의 우려가 만만치 않았으나 장기적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현지법인 「프랑스 태평양」을 과감히 설립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도 화장품 공장을 갖고 있으나 1백% 직접투자형태로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은 태평양으로서도 이 공장이 유일하다.

 「프랑스 태평양」은 진출초기 국내의 히트상품인 민감성 화장품 「순정」을 완제품 형태로 수입, 「SOON」이란 상표로 판매를 시작함과 동시에 국제적인 상표 개발에 나섰다.

 영국의 세계적인 상표개발회사 「인터 브랜드」에 무려 2억원을 주고 의뢰해 1년8개월만에 탄생한 상표가 「Lirikos」. 백합의 뜻을 가진 「LILY」와 화장품을 나타내는 독일어 「KOSMETIK」를 불어식 감각으로 합성한 단어다.

 향수가 화장품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프랑스 현실을 고려, 우선 92년7월부터 Lirikos상표를 부착한 향수로 프랑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고품질·고이미지로 승부한다는 전략에 따라 샤넬, 크리스티앙 디오르등 세계적인 향수제품과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됐다.

 Lirikos향수용기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용기전문디자이너 피에르 디낭에 의해 디자인됐는데 디자인과 소재개발에만 10억원이 투자됐다.

 현재는 향수 뿐 아니라 로션 크림 향수비누 보디크렌저 립스틱 섀도등 33종 80여품목을 생산, 40%를 프랑스 현지에서 판매하고 60%가량은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사우디아라비아 그리스 홍콩등 1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민감성 화장품 「SOON」도 지난 4월부터 용기만 국내에서 수입하고 모든 원료를 현지에서 구입, 자체생산에 들어갔다.

 이들 화장품은 프랑스의 3천2백개 화장품 전문점중 2백30개소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태평양측은 판매점을 올해말까지 8백개, 95년말까지는 1천2백개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또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지난4월부터 「코스모폴리탄」 「엘르」 「마리 클레르」등 세계적인 여성지에 광고를 시작했고, 올해안으로 파리 중심가에 있는 프렝탕백화점과 갤러리 라파에트백화점에 자체 판매코너를 설치할 예정이다.

 수출만 하던 인접 유럽국가에도 직접 현지 판매망을 확보하고 현지인 영업사원을 채용,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하고 우선 내년말까지 셀 프리지·헤롯등 런던의 대형백화점 2곳에 판매코너를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영업실적은 5천7백30만프랑(85억원), 올해 매출목표는 1백15%가량 신장된 1억2천3백만프랑(1백80억원)으로 정했다. 초기의 엄청난 시설투자와 제품개발비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는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는게 현지법인측의 설명이다.

 현지법인 대표인 이광호상무이사는 『고품질 고이미지 상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게 태평양 해외영업전략의 기본방침』이라며 『화장품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일단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영업망 강화등을 통해 단시일내에 세계적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샤르트르(프랑스)=고재학기자】

◎「불 태평양」 작업반장 주세 도미니크/공장시설 완전자동화로 작업능률 높아져/「SOON」등 불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없어(인터뷰)

 「프랑스 태평양」의 현지 종업원은 모두 35명. 이중 영업사원 5명과 제품창고를 관리하는 일부 남자직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여성근로자들이다.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여성입장에서, 특히 화장품의 종주국으로 자부하는 나라의 여성으로서 동양의 화장품회사에 근무하는 느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91년9월 공장가동과 함께 입사한 12명의 생산직 여성근로자중 최고령으로 현재 작업반장을 맡고 있는 주세 도미니크씨(42·여)는 제품생산 2년만에 콧대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화장품과 어깨를 견줄정도로 급신장한 태평양의 발전상이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화장품업체 「파코 라반」에 근무하던 도미니크씨는 높은 임금과 신설업체라는 매력에 끌려 「프랑스 태평양」에 입사했다.

 입사이전만해도 한국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그녀에게 한국화장품에 대한 특별한 기대가 있었을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입사와 동시에 그녀의 생각은 달라졌다. 「SOON」화장품을 처음 사용해보고는 프랑스의 유명화장품에 손색이 없는 사실에 깜짝 놀란 것이다.

 이후부터는 자신이 태평양화장품의 열렬한 팬으로 돌변, 이웃과 친구들에게 「SOON」과 「Lirikos」를 적극 권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제품의 인지도 못지않게 공장의 작업여건등 회사의 외형이 꾸준히 성장해온 점도 회사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주는 것같아 그녀를 기쁘게 한다. 입사초기에는 수작업 위주로 이뤄지던 생산공정이 이제는 완전 자동화돼 일하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도미니크씨는 『프랑스의 일류 화장품회사들 대부분이 여성 뿐아니라 남성화장품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며 『프랑스 태평양이 생산품목을 다양화해 세계적 종합화장품 업체로 빨리 자리를 굳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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