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물결 대응 탄력성 부여/대기업,해외자금조달 자유화로 “숨통”/은행대출분 줄어 중기는 “자금난 가중” 외환자유화에 맞춰 국내 외환시장도 종전에 비해 시장기능이 더욱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외환시장에 환율을 크게 변화시킬 중대요인이 갑자기 등장하더라도 일정 범위안에서만 가격이 움직이도록 제도적으로 묶어놨기 때문에 환율이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제 「폐쇄」의 논리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퍼져 있다. 금융국경선이 사라질 정도로 국내자금이 해외로 나가고 해외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는등 유출입이 자유롭게 되는 마당에 폐쇄시대의 제도적장치로는 개방물결에 옳게 대응할 수가 없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을 키우기 위한 방도로 환율의 하루변동폭을 현행 기준환율의 상하1.0%에서 1.5%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것도 과도기적 조치이고 96년부터는 선진국형 자율변동환율제가 도입된다. 자유화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탄력성을 외환시장에 주기 위한 조치들이다. 즉 외환부문의 문을 활짝 열면서 국내 외환시장을 선진국수준으로 국제화, 개방체제에 맞는 「개방형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안에서 변화를 수용할 시장주체를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만 해가지고는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재무부는 당초 환율변동폭(현재 1.0%)을 곧바로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명실상부한 자유변동환율제가 곧장 시행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판단아래 1.5%로 넓히는 중간단계를 거치기로 했다. 96년엔 하루변동폭을 폐지, 선진국과 같은 완전한 자유변동환율제를 선보인다.
재무부의 각종 조치들로 내년부터 실질적인 외환자유화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11월부터 하루변동폭이 1.5%로 확대되더라도 실제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그정도로 폭넓게 움직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올들어 최근까지 환율의 하루변동폭은 평균 0.06%였다. 상하한폭은 1.0%였지만 실제로는 그에 못미쳤던 것이다. 외환자유화의 실질적 진행정도에 따라서 환율의 하루변동폭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재무부의 환율변동폭 확대조치로 외환자유화의 기본골조가 대강 마무리됐다. 기업의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생활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먼저 개인의 일상생활을 보면 당장 내년부터 달러나 엔화등 외화를 개인들이 마음대로 보유할 수 있다. 구태여 은행에 맡길 필요가 없다. 30년간 외환정책의 골조를 이뤘던 외환집중제가 폐지되는 것이다. 외환집중제는 외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외환보유권한을 정부에 집중시켜 일반인의 외화보유를 금지시킨 정책으로 외화를 보유하는 것자체가 위법이었다. 아울러 해외부동산투자나 해외증권투자 해외예금 외화상품거래등 새로운 형태의 개방형 국제형 경제활동이 등장하고 해외여행경비제한도 풀려 종전하고는 양상이 달라진다.
기업의 경우에도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 해외에서 사용하는 현지금융이 완전자유화되고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상업차관이 허용되며 수출선수금도 한도가 사실상 사라진다. 기업이 정부를 공격할 때마다 등장하던 『외환규제 때문에 기업을 못하겠다』는 「단골메뉴」도 앞으로는 메뉴판에서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외환자유화에 따라 나타나는 가장 커다란 경제적 변화는 기업의 자금조달방식에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략 연간 2백억달러 규모의 외화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환제도개혁소위원회는 5년간 6백8억∼7백88억달러정도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통화관리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해외에서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은행을 통해 대출형태로 기업에 나갈 자금이 크게 줄어든다. 이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은행돈쓰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그러나 대기업은 직접 해외자금을 쓸수가 있으므로 어려움은 중소기업에 집중된다. 「대기업은 해외자금, 중소기업은 은행자금」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상 대기업이 해외자금도 쓰고 은행자금도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은행돈이 남아도 중소기업이 담보부족등으로 쓰지 못하는 걸 보면 괜한 기우가 아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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