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개발”“퇴직연구원 자료유출” 맞고소 중소 전자업체들의 「지적 재산권」분쟁이 전문지식 없는 수사관들에게 맡겨져 5개월이 넘도록 팽팽한 설전만 계속되고 있다.
분쟁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무선호출기(삐삐)를 판매하기 전 부여된 번호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시험하는 테스트기로 두 전자회사가 서로 먼저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상대사를 고소함으로써 비롯됐다. 이 기기는 무선호출기 판매 대리점들의 필수장비여서 시장규모가 수십억원대에 달한다.
93년 8월부터 테스트기를 시판한 T전자는 J전자가 지난 4월부터 같은 성능의 제품을 판매하자 법원에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한편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위반으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J전자는 이에 맞서 『T전자 연구개발원 대부분이 J전자 출신으로 퇴직후 T전자로 옮겨가면서 기기개발에 필요한 회로도와 데이터북등을 훔쳐갔다』고 주장, T전자 간부를 절도혐의로 서울 송파서에 고소했다.
경찰수사 결과 T전자 연구원중 일부가 J전자에서 2∼10년 근무한 경력이 확인돼 경찰은 8월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T전자 간부 집을 수색, 데이터북과 컴퓨터디스켓등을 압수했다. 이에 대해 T전자측은 『압수된 것들은 전자업계에 흔히 쓰이는 참고서적일 뿐 기기개발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J전자는 『우리회사에서 퇴직한 연구원들이 「재직중 취득한 기밀을 누설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썼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고 추가고소했다. 이에 대해 T전자는 『우리 제품은 J전자출신자들이 J전자 근무시 취득한 기술로 만든 것이 아니라 새로 연구해 만든 것』이라며 『타 회사로의 이직이 무조건 기밀누설이라면 기술자들은 회사를 옮길 자유도 없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경찰은 양측 주장이 팽팽하고 새로 개발된 기술과 부품이 어느 부분인지를 판단하지 못한 채 검찰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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