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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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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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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당대회가 아닌 반당대회. 폭력배를 동원한 주류 비주류간의 추한 패싸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떠맡게 된 법통시비 판정. 제명조치와 대회 무효소송으로 야기될 법정싸움으로의 연장전. 과거 강권정치시절 우리가 보아왔던 야당의 찌든 모습들이다. ◆그런데 퇴색한 흑백필름에서나 남아있을 듯 싶은 그 장면들이 유령처럼 되살아났다. 같은 야당으로 이름조차 동일한 신민당에서 약20년전과 똑같은 장면이 되풀이 된 것이다.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고 정말 운명의 장난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때와 다른것은 지금의 신민당은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할 정도의 군소정당이라는 사실이다. 당명은 같지만 강력한 군사정권의 탄압에 신음하던 전통야당 신민당과는 전혀 다르다. 정주영씨가 만들었다가 팽개치고 나가버린 국민당과 박찬종씨의 신정당이 합쳐서 만들어진 제3당이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대적 배경도 판이하다. ◆그러나 보다 더 큰 차이는 그런 추태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과거 신민당은 정치적으로 너무나 억눌리고 재정적으로는 궁핍했다. 밖으로 향하는 분출구가 막힌 상태에서 터진 내분이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차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동정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지금의 신민당 사태는 어떤가. 문민시대를 맞아 정치적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시점이다. 자금은 국고보조만해도 쓰고 남을 정도로 풍부하다. 내년에는 신민당에 1백10여억원이나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 정당에 무엇때문에 그처럼 막대한 자금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과거의 신민당 내분이 너무나 쪼들려서 생겼다면 지금의 신민당 싸움은 너무 배가 부른 탓에 벌어졌다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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