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우범지역으로 이름난 뉴욕 브루클린지역을 순찰중이던 한 경찰관이 친구들과 전쟁놀이를 하던 13세된 소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건물옥상에서 얼씬거리는 수상한 그림자들을 발견하고 총을 뽑아든 채 계단을 올라가던 경관이 실물과 유사한 장난감 권총을 들고 내려오는 소년과 마주친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속보가 신문의 사회면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인 지난 4일 저녁 또다시 같은 지역에서 모의기관총을 갖고 놀고 있던 16세 소년이 사복경찰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사건의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는 경찰관들은 장난감총 노이로제를 호소할 지경에 이르렀고 언론에서도 장난감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총기를 본뜬 장난감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왔다. 장난감총은 범죄심리를 조장하며 실제로도 각종 범죄에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장난감총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자라서도 총기를 소유하고 나아가 사용하고 싶은 잠재의식을 갖게 된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뉴욕에서만 모의총을 사용한 범죄가 3백29건이나 일어났고 올들어서도 지난달말까지 2백5건이 발생했다.
장난감총은 이미 장난감이 아니라 소지하고 있다간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물, 범죄에 사용되는 흉기, 잠재적 범죄자를 길러내는 교관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권총에서 자동소총 심지어 박격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의총포류가 실물크기와 색깔 그대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고 이를 사용한 범죄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또 상상도 못했던 무기를 사용한 흉악범죄의 증가와 더불어 경찰의 총기사용도 빈번해지고 있다. 2억5천만정으로 추산되는 총기가 널려 있고 하루에도 몇명씩 총맞아 죽는 미국의 현상을 바다건너 남의 나라 일이라고 지나칠 일은 아닌 듯 싶다.
총 말고도 장난감으로 만들어 팔아 돈벌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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