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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일기속 「잔인성」 낱낱이/잇단 보복살인 김경록의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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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일기속 「잔인성」 낱낱이/잇단 보복살인 김경록의 행태

입력
199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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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응 포기 “정신도착적 행동”/연쇄납치살인 온보현 영향 흔적 부녀자 연쇄납치 살인범 온보현이 범행과정등을 낱낱이 기록하며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른데 이어 보복살인극 범인 김경록(26)이 또 보복범행대상등을 기록한 일지를 남겨  충격파를 일으켰다.

 경찰은 범인 김이 지난해 12월 출소했고 김모씨에 대한 강간사건은 지난 3월이었는데도 범행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일 전인 점으로 미루어 지존파와 온보현사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범인 김이 「범행일기」에서 「언젠가 일생에 남겨야 할 글이기에 글을 써 본다」고 밝혀 부녀자 연쇄납치 살인범 온보현처럼 범행을 세상에 알리려 했다는 공통점도 발견된다.

 김은 온보현사건이 발생한 9월말 이후인 범행 6∼7일전부터 범행직전까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대학노트 9페이지 분량의 범행일기에서 전과자인 자신의 삶을 포기한 심정과 보복대상에 대한 섬뜩한 증오감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교도소에 갔다와 어차피 죽어가는 몸. 나혼자 죽기는 싫다. 모두 죽이고 같이 죽자」면서 1차 범행대상이 된 김만재씨 가족과 2차 범행대상 김모양(20)등을 적시, 교도소 생활후 반성과 사회적응의 노력보다는 도착된 살의를 드러냈다.

 또 「(김만재)하루 종일 찾아 다녔지만 헛수고. 내일은 처제 김○○를 꼭 찾아 죽이자. 네가 날 망친 것처럼 나도 널 위해 인생을 망쳐주마」라고 기록, 보복대상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무서운 집념을 드러내 온보현과 같은 잔악하고 정신도착적인 심성을 적나라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가 10일 범행직전인 하오5시5분께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일기에서 「앞으로 30분만 있으면 찾아가지. 인간 쓰레기(김만재)가 빌라에서 잘 살고 있다니. 이놈의 세상도 참 너무하지」라고 사회에 대한 무차별적인 원망도 담고 있다.

 온보현은 무차별적인 불특정 다수인에게 살인행각을 벌이며 태연하게 자신의 범행과정을 기술한 반면 김경록은 자신과 관련된 사람에 대한 무분별한 보복살인 계획을 기록한 점이 다르긴 하지만 둘 다 자신의 과오와 시련에 대한 원망과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돌리려 했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수원=이범구·황양준기자】

◎김경록은 누구인가/부모 사망하자 중2 중퇴 상경/공장 전전… 성폭행등 잇단 복역

 전남 해남군 현산면 일평리 탑동마을에서 2남5녀중 막내로 태어난 범인 김경록(26)은 해남 H중2년을 중퇴하고 84년 상경했다.

 김은 6천여평의 전답을 소유한 중농의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중학시절인 82년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학교를 다니다 83년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학교를 그만두고 상경, 공원등으로 일해왔다.

 김의 중학교 1학년 성적은 전교생 3백명중 2백73등, 지능지수 92, 연간 결석일수 13일로 기록돼 있으며 행동발달 사항에는 근면성과 책임감이 「다」, 협동심과 자주성 준법성이 「나」로 평가됐다.

 특히 중학교 1학년 생활기록부에는 「주의가 산만하고 침착성이 결여됨」으로 기록돼 있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학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은 상경후 1차범행 피해자 김만재씨의 처제 김모씨(28)와 섬유회사에서 처음 만나 교제하면서 김씨와 알게 됐다.

 그러나 85년 강도상해죄로 복역하는등 행실이 바르지 못해 김만재씨부부의 완강한 반대로 김씨와 헤어졌다.

 이후 김은 서울의 섬유공장등을 전전하다 90년 6월 김만재씨가 공장장으로 근무하는 섬유회사 여직원 서모양(당시 17세)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3년6개월간 복역하고 출소했으나 지난 3월 또 다시 고향친구의 직장인 경기 광주의 공장에서 2차범행 피해자 김모양(20)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불기소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김양이 7월29일 다시 수원지검에 진정서를 제출, 그동안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은 입사 초기에는 비교적 성실해 주위로부터 좋은 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은 『김이 비록 전과자였지만 일에 재미를 붙여 열심히 하고 동료들과 잘 어울려 새롭게 인생을 출발하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출소후 김은 특별한 거처를 두지 못한 채 여러곳을 전전했는데 용산구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큰누나(48)에 의하면 김은 서울에 올라와 주민등록을 둘 마땅한 곳이 없어 자신의 집에 주소지를 두었을 뿐 평소 왕래가 거의 없었다.【송원영·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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