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씨 모친장례… 「조문정치」 정리/민정계 몸사리기 “따가운 눈총”/실세조문 “핵심부 분위기 반영” 정치권에 숱한 화제를 남긴 박태준전포철회장 모친장례가 11일 끝났다. 정치인들의 극심한 눈치보기가 한때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많은 민정계 정치인들이 오랜만에 만나 옛정을 나누는등 「조문정치」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민정계 뿐 아니라 박씨와 정치적 노선을 달리 했던 민주계 인사들도 상가를 찾아 「구여권 끌어안기」가 아니냐는 등 갖가지 추측을 유발했다.
5일장으로 치러진 장례 초반에는 현역의원의 조문이 거의 없었으나 박씨가 귀국하고 발인이 가까워지면서 의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장례기간에 직접 조문한 의원은 모두 44명이었다. 이중 야당 또는 무소속을 제외한 민자당소속 의원은 39명이다. 전체 민자당의원 1백76여명에 비하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조문 온 의원중 중진급 민정계 인사로는 권익현 정석모 이춘구 김윤환 이한동 김용태 정호용 박준병 김영구 신상식 박재홍 의원등이 있다. 또 이해구 유흥수 이웅희 곽정출 김진재 서정화 장영철 김정남 최운지 신경식 이환의 최재욱 김길홍 강재섭 하순봉 김상구 조영장 안찬희 이상득 박범진 나오연 정창현의원등이 조문했다. 허화평의원은 민자당소속이기는 하지만 총선전에는 무소속이었다.
이들 민정계의원도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모두 박씨와 같은 노선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김윤환의원을 필두로 김용태 이웅희 신경식 이환의의원등 이른바「신민주계」는 일찌감치「YS대세론」을 내세우고 박씨와 다른 궤도로 나섰다. 이한동의원의 경우 대선후보 경선에서 한때 경선출마를 선언하는등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었다. 강재섭의원은 대선직전 일부 민정계 의원이 탈당하기 시작할 때 잔류를 선언해 당시 김영삼후보진영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따라서 대선전 박씨와 같이 정치적 행로를 걸었던 민정계 의원의 조문은 그리 많지 않았던 셈이다. 더욱이 장례 둘째날인 지난 8일에는 조문의원이 9명,셋째날인 9일에는 13명에 불과했고 이중 신민주계와 민주계가 상당수 포함됐다. 눈치보기 조문에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진 이후 과거 「TJ계」의원의 조문이 몰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민정계의원중 조문하지않은 의원은 서정화 이세기 김중위 양창식 남재두 김인영 이긍규 노인환 박명환 박주천 구천서의원등이다.
반면 민주계 인사의 조문은 박씨 사법처리와 관련,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최형우내무장관 문정수사무총장 서석재당무위원 노승우의원등은 많은 민정계 의원이 몸을 사린 것과는 달리 일찌감치 빈소를 찾았다. 이들은 『개인적 차원의 조문일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들의 조문이 여권핵심부의 분위기를 반영했을 것이라는 해석은 설득력있게 들렸다.
민주계 실세들의 조문과는 대조적으로 박씨와 함께 최고위원을 지낸 김종필민자당대표는 정치적 시각을 우려해 조문을 피했다. 김대표는 경선전 「친―반YS」를 놓고 저울질하다 「YS진영」에 가세했다. 김대표는 『내가 조문할 경우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조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원 가운데는 박씨와 같은 길을 걷다 민자당을 탈당한 의원이 많았다. 이종찬 새한국당대표를 비롯, 이자헌(무소속) 김룡환 유수호의원(신민)등이 조문했다. 민주당의 유준상최고위원은 개인차원에서 문상했다.
민정계 현역의원이 몸을 사린 것과는 달리 부담이 없는 상당수의 전직의원및 각료들이 빈소를 찾아 「눈치조문」이 정치적 이유때문임을 실감케 했다. 전직의원으로는 채문식 박준규 유학성 김정례 림방현 정종택 권오태 권정달 박철언 오유방 정동성 이도선 김현욱 이진우 강성모 김태호 홍희표 이정무 안병규 오한구 김영선 이상회 최정식 허만기 김동주씨등이 조문했다. 전직 각료로는 허문도 이범준 최명헌 이상희 조철권씨등이 빈소를 찾았다.【양산=정광철기자】
◎전두환씨도 「늦은조문」/장례식 300여명 참석/박태준씨 상가표정/“한때 사돈” 망설이다 참석… 15분 대화/“외국서 고생… 백담사가 더 낫다” 위로
11일 장례를 마친 박태준전포철회장 상가에는 발인직전까지 전두환전대통령을 비롯한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장례식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속에 국회의원을 비롯한 3백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한 가운데 불교식으로 치러졌다.
모친의 장례식을 치른 박씨는 삼우제를 지낸 뒤 오는 14일 서울 북아현동 자택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전날 대구공고 동문행사에 참석차 울산에 묵었던 전전대통령은 11일 상오 6시30분 숙소를 출발, 8시20분께 상가에 도착했다.
한때 박씨와 사돈관계였던 전전대통령은 이 때문에 조문을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전대통령 조문에는 장세동전안기부장 안현태전청와대경호실장이 수행했다.
전전대통령은 문상후 박씨와 함께 방으로 자리를 옮겨 약15분간 대화를 나눴다. 전전대통령은 먼저『모든 일은 다 하늘의 뜻이니 소신껏 살아가라』고 위로말을 건넸다. 전전대통령은 또『외국에서 고생했다』면서『옛날에는 미국에 가면 하늘에서 난 사람으로 알았지만 지금은 외국이 더 고생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전전대통령은『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고 타의든 어떻게든 갔으니 고생 많았다』고 위로했다. 이때 옆자리에 앉았던 곽정출의원이『백담사보다는 외국이 낫지 않느냐』며 거들자 전전대통령은『백담사가 더 낫다』면서『백담사에서는 스님에게 공부라도 하지만 외국에서야 공부가 되겠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어머니가 임종하지 못한 것에 화를 내시는지 계속 비가 온다』면서『(장례기간중)옛 동지들이 고마웠다』고 답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권익현 구자춘 정호용 곽정출 최재욱 김상구(민자) 이종찬의원(새한국)등 많은 전현직의원들이 참석했다. 특히 곽정출 최재욱의원은 전날 빈소에서 밤을 새웠으며 이종찬의원 유학성전의원등도 전날 조문한데 이어 인근 여관에서 하루밤을 묵은 뒤 장례식에 참석했다.
박정희전대통령의 딸 근영(서영으로 개명)씨도 참석해 조의를 표했다. 전날 귀국한 박씨의 외아들 성빈씨(29·미스탠퍼드대유학)를 비롯, 박씨의 1남4녀 자녀들도 모두 참석해 애도했다.
사회를 본 박문수전포철상무가 박씨 모친 김소순씨의 약력을 소개하며『말년에 큰 아들 상면을 고대했으나 끝내 못본채 영면하셨다』고 말하자 조문객들은 숙연해졌다. 귀국후『돌이킬 수 없는 불효를 저질렀다』면서『내가 어머니의 수명을 2년은 단축시켰을 것』이라고 되풀이했던 박씨는 생가에서 2 떨어진 선영으로 향하는 동안 연신 눈물을 훔쳤다.【양산=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