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 브라질 흉작·선물투기 겹쳐 “폭등”/파운드당 2.2불… 6개월새 3배나 “껑충” 국제 커피값이 요동치고 있다. 세계 커피원두 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 커피산지가 지난 6월과 7월의 이상 한파(브라질은 겨울)로 커피수확이 격감한데다 개화기인 요즘 이상 가뭄이 겹쳐 내년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요즘 전세계 커피 거래물량의 18%가량을 소화해내는 뉴욕 선물시장의 커피원두 값은 브라질에서 전해지는 일기예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10월초 뉴욕선물시장에서는 12월에 인도될 커피원두가격이 파운드당 2달러20센트를 넘어섰다. 지난 7월 12일 하룻밤 사이에 1백%인 2달러 74센트로 치솟은 것에 비하면 다소 진정되었지만 잇따른 가뭄소식에 다시 뛰는 추세이다.
브라질의 상 파울루, 미나스 제라이스, 파라나 등 남부 3개주는 브라질의 커피주산지로 양질의 커피가 생산되는 지방이다. 그러나 겨울한파와 이상가뭄은 이 지방 커피농장을 폐허처럼 만들었다.
파라나주의 론드리나는 인구 55만명으로 브라질에서는 중소도시에 속한다. 그럼에도 이 도시는 브라질인들 사이에서 흔히 「커피의 수도」라고 불린다. 영국계 이민들이 런던을 본떠 건설한 이 도시가 브라질 커피산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론드리나는 매년 6월부터 8월말까지이면 활기에 넘친다. 커피수확기로 소위 「커피머니」가 전세계에서 흘러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해와 가뭄을 맞은 올해의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기자가 들러본 이곳 농장은 흡사 싸리비를 거꾸로 박아놓은 것 같은 커피나무들로 황량하기 짝이 없었다. 루이스 카를로스 마르친스 파라나주 커피청장은 『파라나주는 올해 60㎏들이 원두커피 2백70만∼3백만부대 생산을 예상했으나 20만∼25만부대로 뚝 떨어졌다』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커피나무는 최저 섭씨 16도, 최고 40도 사이에서만 자라는 민감한 식물로 영하7도까지 내려간 지난 한파에 브라질 커피나무들이 치명타를 입었다는 것이다.
상 파울루와 미나스 제라이스 역시 피해는 엄청나다. 상 파울루의 경우 올해 4백30만∼4백60만부대 생산을 예상했으나 실제 수확량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미나스 제라이스의 경우도 7백50만∼8백만부대의 예상 수확량이 3백만∼3백30만부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국제커피값은 단순하게 생산량감소만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선물시장이라는 메커니즘을 놓고 국제투기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뉴욕의 월가에서는 많은 투기자금들이 주식, 채권, 금, 석유를 전전하기 마련이며 요즘처럼 커피값이 요동치면 커피선물시장으로 몰려든다. 브라질의 한파와 선물시장의 투기는 그대로 세계 커피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미국 커피시장의 7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3대 메이저인 프록터 앤드 갬블, 크라프트 제너럴 푸즈, 네슬레는 커피값이 1백% 폭등했던 지난 7월12일 커피 소매가격을 45% 인상했다.
뉴욕 선물시장은 요즘 브라질의 날씨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이클 웰런씨는 『가뭄이 앞으로 2∼3주 계속된다면 커피값이 파운드당 3달러선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전망했다.
국제커피값은 89년 국제커피협정의 와해로 수출쿼터가 무너진 뒤 92년에는 파운드당 50센트까지 곤두박질했다. 그러다 지난해 브라질 주도로 커피생산국협회가 결성,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올 4월에는 파운드당 83센트로, 5월에는 1달러 40센트로, 6월에는 1달러 70센트로 숨가쁘게 뛰다가 브라질의 악천후를 만나자 급상승한 것이다.【론드리나(브라질)=김인규·뉴욕=홍희곤특파원】
◎커피… 생산서 가공까지/대추 절반크기… 건조후 껍질벗겨 볶아
커피열매는 대추 절반 크기로 둥근 모습을 하고 있다. 잘 익은 대추는 빨갛고 설익은 것은 약간 누르스름하듯 커피 열매 역시 똑같은 색깔을 갖고 있다. 일일이 손으로 따낸 열매는 바닥이 깨끗한 넓은 건조장에서 햇볕으로 말리거나 열을 가해 인공 건조시킨다. 바짝 마른 열매를 기계로 박피하면 보리쌀처럼 생겨 배를 맞대고 있는 한쌍의 원두가 분리돼 떨어진다.
일반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커피는 원두에 가공을 마친 것이다. 원두는 원래 연한 회색이지만 볶으면 흑갈색이 된다. 한국에서 말하는 원두 커피는 볶은 원두거나 이것을 잘게 간 것이다. 인스턴트 커피는 볶은 원두를 잘게 간 뒤 고압 수증기를 가해 만들어낸 가루를 일컫는다.
◎브라질 유일한인커피농장주 김정한씨/론드리나서 50만평 12만그루 농사/66년 이민… 농장수입만 연20만불
브라질의 유일한 한국인 커피농장주 김정한씨(54)는 자신이 갖고 있는 수많은 재산 가운데서도 파라나주 론드리나의 커피농장을 가장 사랑한다. 그만큼 커피농장에 모든 정성과 노력을 쏟아 넣기 때문이다.
김씨가 부모를 따라 가톨릭 농업이민으로 브라질땅을 밟은 것은 26세이던 지난 66년. 1년간 닭을 키우는 등 농사에 전력했으나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상 파울루에 올라와 봉제에 뛰어들었다. 방두개짜리 아파트에서 부모님 동생등 7식구가 힙겹게 도회지생활을 시작했지만 어려움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가족들의 합심과 함께 실질적인 가장인 김씨의 근면성과 남다른 아이디어, 신용 등이 하루가 다르게 재산을 불려나갔기 때문이다. 수년후 동생들은 제각기 독립, 나름대로 기반을 잡아나갔으며 자신은 의류제조 및 도·소매업으로 탄탄한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죄스런 생각이 들곤 했다. 그것은 농업이민으로 왔으면서 농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한다는, 뒤늦게 깨달은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브라질에 온지 14년10개월만인 80년 11월, 35만달러를 내고 론드리나 시내에서 승용차로 10분거리에 있는 구릉지 50만평을 매입했다. 김씨는 이 적갈색 땅에 만 10년간 피땀을 뿌려 12만주의 커피나무를 황금 작물로 키워냈다. 연간 이 농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약20만달러. 상 파울루 최대의 의류도·소매상가인 브라스에 3개, 봉 헤치로에 1개 등 모두 4군데 가게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커피농장은 오히려 귀찮은 존재일 따름이다.
그런데도 김씨는 이 농장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가꿔나간다. 올해 론드리나 지방의 모든 커피농장이 보유목가운데 90%이상을 동사시켰음에도 그의 농장은 피해가 이들의 절반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농장과 달리 전속 전문농업기사를 고용, 커피나무의 영양상태를 최대한 유지시켜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업은 내게 참으로 쉽고 뜻대로 되지만 농사는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사업으로 번 돈으로 반드시 또다른 농장을 구입하겠다』고 김씨는 다짐한다.【론드리나(브라질)=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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