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가 해냈다. 역시 바르셀로나의 영웅답다. 히로시마의 영광은 한 순간으로 끝날 수 없다. 여운이 진하다. 한국마라톤은 우리 민족의 수난과 영광을 함께 한다. 운명의 끈에 묶여 있다고나 할까. 베를린의 일장기가 통한의 상징이라면, 바르셀로나의 태극기는 겨레의 영광 바로 그것이다. ◆민족의 수난과 영광이 부침했듯 우리 마라톤도 성공과 좌절이 이어졌다. 베를린에서 히로시마까지 마라톤은 일본과 얽혀서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마라톤왕국의 명성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30년 가까이 시련의 늪에 빠졌다. 여기에 굴복하지 않은 게 한국마라톤이며 그 대표주자가 황영조선수가 아닌가. ◆그는 개인으로서 그리고 한 선수로서의 인생과정이 우리 마라톤과 흡사하다. 천부의 체질이라고 하나 각고가 남다르다. 유니버시아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올림픽에서 절정에 올라섰다. 그리고 한동안 은퇴설과 방황 끝에 이제 완전한 재기에 성공했다. 인간승리의 한 표본이다.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마라톤제패의 의미는 깊고 새롭다. 그곳엔 원폭으로 숨진 2만명이라는 우리 민족의 원혼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황선수가 2시간11분13초를 달리면서 그 원혼을 생각했다는 말은 비장하기만 하다. 그리고 한국의 영광을 차단하려는 일본의 콧대를 완벽한 실력으로 눌러 버렸다. 마라톤 금메달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 ◆황금기를 맞이한 한국마라톤과 황영조선수의 골인지점은 아직 멀었다. 올림픽 2연패와 신기록 수립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골인지점은 다음 올림픽이 열릴 미국의 애틀랜타다. 앞으로 2년이 남았다. 이 기간에 황선수는 오로지 마라톤에만 전념케 해야 한다. 그를 스타나 유명인 취급을 해서 끌려 다니게 하는 행태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마라톤의 영광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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