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역사」 지하화 등 “특별한 애정” 언급/청와대선 「조문정치」등 확대해석 경계 김영삼대통령은 10일 이른바「TK 정서」의 본바닥인 대구·경북지역을 방문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가을가뭄을 겪고 있는 경북 영일군 암반관정 개발현장과 포항제철을 방문한데 이어 대구종합 유통단지 건설현장을 둘러 보고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이 지역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애로사항을 듣고 지역발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청와대는 김대통령의 TK지역 방문이 주로 가뭄극복 현장을 살펴 보고 지역주민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혹시라도 정치적 확대해석이 뒤따를 것을 경계했다. 김대통령의 이 지역 방문이 취임후 처음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날 일정이 박태준전포철회장의 모친상가에 김대통령의 조화가 보내지고 공교롭게도 바로 전날 전두환 노태우전대통령이 각각 출신고인 대구공고와 경북고 동문체육대회에 참석한 뒤에 이루어져 정치권은 물론 일반의 관심을 끌만했다. 특히 김대통령의 포철방문은 취임후 처음 있는 일인데다 당초의 일정에는 없었던 것이기에 주목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정계일각에는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이 박정희전대통령 추도위 고문직을 맡은 것과 연관시키는 관측마저 있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새정부들어 강력히 추진된 개혁사정 과정에서 소외됐다고 생각하는 TK지역과 구여권인사 끌어안기, 즉「화합정치」와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역인사들과의 오찬에서『이 지역은 오랜 잘못된 관행속에서도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고난의 피를 흘린 현장』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대구·경북에 대해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경부고속철도 대구역사 지하화문제에 대해서도『대구시민의 희망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믿어도 된다』고 약속했다. 지역분위기를 감안해 마음먹고 한 발언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청와대는 이같은 대목들과 관련해 김대통령이 지자제선거와 총선등 향후 정치일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같다.
한 고위관계자는『김대통령은 TK정서라는 표현을 한번도 쓴 적이 없다』면서『김대통령은 역사와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항간에 떠도는 5·6공 신당설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언급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이다.
한 관계자는『개혁사정 과정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일부가 개인적 한풀이 차원에서 움직여 볼 생각인지는 몰라도 국민정서상 수구와 복고가 가능하겠느냐』며『정당을 만들려면 이념과 명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 때문에 지난 9일 노·전전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북고와 대구공고 체육대회 모임에 대해서도 예년과 다른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김대통령의 포철방문에 대해서도 가뭄피해 현장방문의 일환이라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박전포철회장의 모친상가에 조화를 보낸데 이어 최형우내무장관과 문정수민자당사무총장이 문상한데 대해서도『상을 당하면 누구나 너그러워지는 것』이라며 『자꾸 「조문정치」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박전포철회장에 대해 관용조치가 있더라도 미리부터 김대통령의 대구방문등과 연관지어 모든 것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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