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40·50대 중년남성들의 삶에는 드러매틱한 요소가 많다. 전쟁과 빈곤의 유년기, 그것을 벗어나려 몸부림친 청춘, 그리고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대와의 갈등속에서 느끼는 고독과 미래에 대한 불안등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TV가 진지하게 이를 들여다보려 한다면 누가 주인공이 되건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MBC 미니시리즈 「도전」은 이같은 도전에 실패했다. 인생의 폭과 깊이가 부족한 30대 스토리창안자와 작가 연출가란 한계탓일까. 신광식(한인수 분) 으로 대표되는 중년들의 삶에서 오로지 삼각관계의 비밀과 추억만이 과장됐고 이를 억지로 다음 세대인 석우와 소연에까지 연결시켜 가치관이 다른 두 세대간의 접목을 단순화하는 실수를 드러냈다.
또 중년의 얘기를 다루면서도 그간 미니시리즈가 확보해온 10대들의 눈도 함께 잡겠다는 과욕탓에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듯한 감도 있다. 자동차 로봇 영화의 등장과 변화무쌍한 카메라기법도 다분히 이를 의식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구분되는 두 세대를 서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 연결의 고리를 찾기보다는 중년세대의 낭만과 진취성, 신세대의 순수함만을 산만하게 나열하는데 바빴다. 중간에 관심끌기로 투입된 한석규와 오연수의 역할(공학박사로 너무 원숙한 20대초반의 자유분방한 여성) 역시 들러리에 불과해 드라마의 본래 의도를 찾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어설프게 느껴진다.
고교시절 쓴 편지를 30년후 뜯어본다는 발상도 치기에 가깝고 석우의 방황과 갈등극복도 요즘 신세대의 가벼움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유치하다. 줄곧 10대들의 취향에만 영합, 화려한 영상과 기교에 의존해온 MBC미니시리즈가 다른 세대를 만났을 때 쩔쩔매는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같아 안타깝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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