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이제 「히든카드」 던질차례/북 태도에 변화… 막판접근 기대 ○…3주째 접어들고 있는 북미회담이 금주들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회담은 타결이든 결렬이든 금주내에는 결론을 내리고 폐막될 것이 확실하다.
양측은 지루한 협상에 매우 지쳐 있다. 그러나 처음으로 휴일 하루를 쉬고 10일 속개한 수석대표 회담에서도 기대와 달리 진전의 결정적인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단지 북한측이 일부 현안에서 약간의 융통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을 뿐이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는 핵문제를 타결짓는데 최대한 노력한다는 입장이고 특히 북한측이 회담의 계속에 상당히 적극적인 만큼 회담은 앞으로 2∼3일 정도까지는 중단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주 중반을 넘어서도 결정적인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미국측은 그 상태에서 회담을 종료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11, 12일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도 김일성 사망 1백일 애도일인 15일까지는 회담을 마치려고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회담이 짧으면 1주일, 길면 1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양측은 회담이 훨씬 길어지자 수차례나 귀국 항공편을 취소하고 재예약했다.
북한측은 지난 주말에 귀국하려던 예약을 취소했고 미국대표단도 수차례 취소끝에 아예 10, 11, 12일 항공편을 몽땅 예약, 회담대표단들 역시 언제 회담이 끝날 수 있을지를 꼭집어서 자신있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측의 자세변화와 관련, 현지에 나와있는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초기의 강경불변 자세가 다소 완화되었다는 뜻이지 타결을 기대하게 하는 의미있는 변화라고는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관계자는 『북한이 현안에 따라 일부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전체적으로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회담이 3주째 답보를 거듭하는데 왜 계속되는가』라는 질문에는 『미국측이 대화를 계속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진전의 실마리가 엿보이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측이 보이기 시작한 작은 변화는 회담이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북한의 양보와 타협으로 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험적 가설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양측은 이제 모든 현안에서 한 라운드를 충분히 돌았고 마지막 히든카드를 내놓을 순간에 있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협상이 돌파구를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수로지원과 북한의 핵동결조치, 특별사찰등 핵심현안이 내용과 시점에서 모두 복잡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번 매듭이 풀리기 시작하면 모든 문제가 쉽게 일괄타결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결국 회담은 일괄타결 아니면 결렬(ALL OR NOTHING) 둘중의 하나로 결론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괄타결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주장한 방식이지만 갈루치대표도 현실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회담이 막바지로 가면서 양측의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측은 북한측이 협상의 계속을 강조하면서도 의미있는 변화를 보여주지 않자 못마땅한 심사를 일부러 드러내고 있다. 미측은 후속회담 재개여부와 시작시간, 형식 등을 그 직전 회담에서 결정하지 않고 전화접촉을 통해 나중에 합의해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기에는 북한을 초조하게 만들어 빨리 보따리를 풀어놓게 하려는 협상의 전술적 측면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측도 아무런 진전이 없음에도『우리는 항상 낙관적』 『가닥이 잡혀간다』고 말하고 강석주대표는 항시 밝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유지, 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제네바=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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