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에 대북경계심 일깨운것”한/북미회담에 영향줄까 우려미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등에 보도된 김영삼대통령의 대미비판 발언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각기 상대방의 입장및 진의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발언이 미측으로부터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정부 당국자들은 다소 의외라면서 『김대통령의 발언은 미클린턴 행정부를 직접 비판했다기보다는 평소 가지고 있던 대북관의 일단을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김대통령의 생각은 이제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미측에 충분히 전달된데다 미국도 「목표와 원칙」을 강조하는 김대통령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설명인 것이다. 미측은 그러나 김대통령의 진의가 궁금했던듯 외유중인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이 9일 한승주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를 요청, 우리 정부의 입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미 양국은 이번 김대통령의 발언이 양국의 긴밀한 공조체제에 영향을 미칠수 없다는데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현재 진행중인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 부분은 김대통령의 발언시점및 발언진의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청와대의 한 당국자는 이와관련, 『북핵해결에 있어 지금까지 알려진 한미 양국의 입장은 확고하며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는 것이 양국의 공통된 생각』이라면서 『김대통령의 발언은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현재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협상타결에 조바심을 낼 수도 있는 것이고 이 경우 북한의 의도가 교묘히 먹혀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당국자들은 또 김대통령의 발언이 「대북강경노선」으로 비쳐지는데 대해서도 이는 정확한 지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알고 이에대한 가장 적절한 대북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도」임을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유화정책만이 능사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강경정책을 취할 필요성도 있으며 이러한 강온정책의 배합이 오히려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김대통령의 발언이 평소 「소신」의 궤를 넘지 않았다는 것이 청와대당국자들의 판단이지만 미 정부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미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김대통령의 발언이 자칫 제네바회담에서 미국의 협상력 약화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며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또한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중에는 김대통령의 회견내용은 둘째로 치더라도 그것이 나온 시점이 적당치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측도 있다. 한 소식통은 이와관련, 『제네바회담이 답보상태에 있는데다 아이티와 이라크사태등으로 미행정부가 골치를 앓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김대통령의 발언으로 미관리들이 당혹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도 한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제네바회담에서의 미측의 협상력 약화를 의식했던듯 『북미협상은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이며 미정부는 협상의 수석대표인 갈루치핵전담대사를 신뢰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미국무부의 관리들중에는 이번 김대통령의 발언을 일종의 「문제제기」 차원에서 받아들이려는 적극적인 자세도 보여주고 있다. 즉 북미협상에 대한 한국의 우려는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전제아래 『미국이 북한측의 언질만을 믿고 그들에게 속아넘어갈지도 모른다는 한국관리들의 우려가 있으나 우리가 북한의 약속을 확인할 방도를 마련하지 않은채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북미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또는 한국정부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한지의 여부는 멀지않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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