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선자 사기 가능성도”… 수사촉구 재계에서 풍문으로만 나돌던 거액저리사채설과 관련된 물증의 일부가 제시됐다.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추궁해 온 민주당의 김원길의원이 10일 한보철강(주)의 융자신청서, 태영판지(주)의 대출확약서등을 재무위의 경인지방국세청감사에서 공개했다. 김의원이 공개한 서류는 일단 기업들이 사채제의를 받았고 이에 대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돼 있다.
한보철강의 융자신청서에는 1천5백억원을 어음담보대출·연리6%·매월선이자·5년거치의 조건으로 제공하도록 돼 있었고 김종국자금담당사장의 서명과 날인이 찍혀 있었으며 정보근대표이사의 명판이 찍혀 있었다. 또 태영판지의 대출확약서에는 연6%이자·5년거치 분할상환의 조건이 써 있었으며 확약인 강빈구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이에 대해 한보그룹측은 『계열사인 한보철강이 사채자금대출을 요청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이와 유사한 자금을 차용한 사실이 없다』면서 『가짜 서류를 가지고 다니는 자들을 붙잡아 의법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명자로 돼 있는 김종국자금담당사장은 『지난 5월17일 잘 알고 지내는 인사가 사채전주의 의뢰를 받았다며 거액의 저리사채를 쓰라고 제의해 명함을 주고 서류를 작성해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사장은 얼마후 『김의원이 공개한 서류의 서명은 나의 필적이 아니고 당시 명함만 주었다』며 서류작성사실을 부인했다.
김의원도 커미션을 노린 중개알선자들의 사기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의원은 『사기행각이 일어나고 있다면 당국은 즉각 수사에 착수, 자금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의원은 그러나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료들이 있다』면서 『거액의 사채가 실제로 오갔는지는 불확실하나 기업들이 사채제의에 구체적인 반응을 보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의원이나 업계의 설명으로 보면 사채제의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과 기업들은 『악성사채설을 명백히 밝혀야 선의의 피해자도 줄일 수 있고 자금질서도 정상화될 것』이라며 당국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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