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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올라 훠스 스웨덴인·사업가(내가본 한국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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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올라 훠스 스웨덴인·사업가(내가본 한국 한국인)

입력
1994.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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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지도등 한글 일색 “사용곤란” 내가 서울을 사업차 처음 방문한 것은 약 15년전이지만 가족 전부가 이곳으로 이사온 때는 92년이었다. 처음엔 생활환경이 스웨덴과 전혀 다른 이 낯선 땅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의 적응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사람들이 친절한데다 약간의 돈만 있으면 북유럽에서의 평균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또 고등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국제학교가 여러군데 있어 아이들도 그런대로 적응해나갔다. 이런 서울의 모습이 처음엔 이상적인 도시로 비쳤다. 하지만 좀 더 살아갈수록 그 이면에는 나를 비롯한 많은 외국인들을 무척 난감케하는 점들도 제법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중 하나가 생활용품이나 기구가 모두 한글일색으로 표기됐다는 점이다.

 이곳의 가정용품이나 기구는 종류·질·디자인면에서 외국제품 못지않다. 최첨단의 다기능제품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제품중 99%가량은 사용법, 지시사항등을 한글로만 표기하고 있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은 제품을 사도 사용을 할 수없다. ON(켜기)과 OFF(끄기)표기라도 돼있으면 이리저리 작동해가며 사용해볼텐데 그나마도 없으면 완전히 무용지물이다. 비싼 제품들이 숫제 한번 사용도 못하고 묵혀진다.

 슈퍼마켓에는 다양한 종류의 물건과 음식들이 보란듯이 갖춰져있다. 하지만 모두 「그림의 떡」이다. 맛있게 보이는 음식을 사 먹어보고 귀국해서 만들어보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다. 제품 성분들이 표시돼있지 않고 설령 표시됐다하더라도 외국인들은 해독할 수 없게 전부 한글로 쓰여져있기 때문이다.

 며칠전엔 「코리아타임스」에서 이천지역에 도자기 판매전이 열린다는 기사를 봤다. 모처럼 흥미로운 여행이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차를 몰았다. 그러나 3시간 넘게 걸려 이천에 도착했는데 정작 판매전이 열리는 장소를 몰라 한참동안 헤맸다. 누군가 그 때 우리의 모습이 딱했던지 조그만 소책자를 하나 건네줬다.「TOURIST GUIDE MAP」라고 큼지막한 고딕체로 겉표지에 쓰여진 안내지도였다. 우리는 가뭄에 단비 만난 기분으로 재빨리 책자를 펼쳤다. 그런데 이런, 책자속의 내용은 온통 한글뿐이었고 영어로 쓰여진 것은 표지에 쓰여진 「TOURIST GUIDE MAP」이 전부였다.

 내가 지금껏 이야기한 것들이 잘못하면 한국인들에게 사소한 불평으로 들릴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점은 많은 외국인들을 정말 난처하게 만든다. 물론 외국인들이 한글을 깨우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외국인들이 이곳을 자기 고향인양 생활할 수 있도록 한국인들이 좀 더 배려해줘야 한다. 제품이나 책자에 한글과 영어를 병기하는 것, 이것은 그리 돈들이지 않으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좋게 심어주는 방법이 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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