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때 동지」들 개인적인 사정들어 태도 어정쩡/정치적 딴길 일부의원들 「과감한 조문」과 대조적 8일 민자당에서는 과연 얼마나 많은 여권인사들이 박태준 전포철회장 상가를 조문할지가 관심거리였다. 현 여권핵심부와 박씨와의 불편한 관계에 비춰볼 때 여권인사들이 선뜻 빈소로 발길을 옮기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상오의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민자당의 손학규부대변인은 『조문은 인륜의 문제』라며 은근히 대통령과 당대표가 조화를 보낸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손부대변인의 공식적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우선 김종필대표와 문정수사무총장이 각각 『일정이 안 맞아서』 『지역구 사정상』 양산에 내려가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인간적으로야 가는게 모양이 좋지만 괜히 정치적으로 해석을 붙일 것 같아서』라는 「사족」이 붙어있었다.
과거 박씨를 보좌했던 한 당료에게는 이날 난데없이 민정계 의원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질문은 대체로 두 가지였다. 『TJ가 언제쯤 올 것 같으냐』 『조문은 많이들 가는지 모르겠다』
전자는 대부분 『이왕이면 상주가 온 다음에 조문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대통령의 조화를 박씨에 대한 정치적 해금으로 해석했는지도 모른다.
후자는 「관망파」. 『가뜩이나 「출신성분」이 안좋은 판에 괜히 점수만 잃는게 아니냐고 우려할 수도 있다』는게 한 여권인사의 실토다.
이와 관련, 지난 대선 당시 박씨와 같이 민정계 7인중진협의회를 구성, 활동했던 인사들의 반응에 눈길이 쏠린다. 이한동총무는 지역구사정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형편으로 알려졌고 박준병 양창식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부의금만 보낼 예정이라는 후문이다. 야당으로 변신한 이종찬의원은 국회외무위 국감 때문에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조화만 보냈고 박철언전의원은 조만간 직접 문상할 생각이다. 그리고 심명보 전의원은 고인이 됐다.
반면에 정치적으로 박씨와 등졌던 일부 정치인들은 「과감하게」 상가를 찾아 대조적이다. 추대위를 이끌었던 김윤환 전사무총장, 자신의 동생이 박씨의 사위로 개인적으로는 사돈관계지만 정치적으로는 다른 길을 택했던 김진재의원등이 대표적이다. 또 한일의원연맹일을 같이했던 정석모의원, 박씨의 전비서실장인 최재욱의원과 이환의의원등도 이미 상가를 다녀왔다.
이밖에 한때 사돈관계였던 전두환 전대통령과 박씨를 「민정계 관리자」로 앉혔던 노태우 전대통령등은 모두 현재로서는 조문계획이 없다는 소식이다.
「과거 보스 상가의 문상도 맘놓고 못하는 처지」―이게 바로 민자당내 다수 민정계의 어쩔 수 없는 현주소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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