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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환경지키기」(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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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환경지키기」(1000자 춘추)

입력
1994.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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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댁이 분당으로 이사를 하셨다. 신도시는 삭막할거라는 선입견을 깨면서 분당을 신선하게 느끼게 해준것은 탄천이었다. 도심에서는 비누거품으로 가득하던 탄천이 분당에서는 아직 깨끗한 채로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노란 나트륨등이 어스름한 저녁이면 강은 심지어 신비해 보이기까지 했다. 서늘한 바람, 발가벗고 멱감는 아이들과 낚시를 펴고 앉은 늙수그레한 태공의 모습… 그랬다. 그건 이 신도시에서 기대한 것 이상의 참으로 귀하고 신선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탄천에는 어느 사이인가 하얀 비누 거품이 일었고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분당구청에 고발을 해도 깜깜소식이어서 분당 환경 시민의 모임이라는 곳에서 직접 조사에 나서서 빗물관과 생활 하수관이 잘못 연결되는 바람에 2년여동안 오수와 폐수가 탄천으로 흘러든 사실을 발견해냈다고 했다. 그것도 모르고 주부들은 신도시에서 저 강만은 지켜내겠다고 편리한 가루비누 대신 세탁비누를 손으로 문질러 빨래를 했고, 밀가루를 풀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사이에도 생활하수와 분뇨가 그대로 강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으며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다 서늘해지는 기분이다. 겨우 삼천리 국토, 그 조차 반으로 갈라진 이 땅에서, 내가 지금 여기서 살든 아니든 이곳은 곧 우리 아이들의 터전이 되고 마실 물을 흘려보내는 강이 될 곳이 아닌가. 언제나 환경을 지키려는 쪽의 열정에 비하면 이 환경을 감시하고 통제할 절대적 권한을 가진 관공서들의 태도는 너무나 미약하다. 대체 이나라 구석구석, 졸랑거리는 실개천을 모두 다 더러운 물의 바다로 만들어 놓은 후에나 관공서는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할 것인지… 나는 더 이상 편리한 고농축 세제대신 빨랫비누를 사용하고 싶지도 않았고 치약대신 소금을 사용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이러한 일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저 나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았다는 자기만족이나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오늘도 빨랫비누를 집어드신다.(공지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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