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김용무 70년대부터 암약/생활어려운 유학생지원 포섭 독일거점 북한공작조직과 연계된 간첩사건은 북한이 국제화·개방화 분위기에 편승, 제3국을 통한 우회 침투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확인시킨 사건이다.
북한은 독일에 장기 체류중인 유학생등 지식인층을 포섭, 해외간첩망을 조직함으로써 국내에 주체사상 추종세력을 확산시키려는 공작활동을 장기간에 걸쳐 전개한 사실이 드러났다.
안기부 수사결과 이번 사건의 핵심은 북한의 대남공작 지휘부서중 하나인 사회문화부가 70년대부터 독일 거점 공작지도원 김용무(57)를 포스트로 해 독일 유학생들을 포섭, 국내에 침투시킨 것으로 요약된다.
안기부는 김이 서울대철학과를 나와 70년 8월 독일로 유학, 쾰른대및 보훔대 철학박사과정을 마친 인물로 77년 북한의 유럽공작 거점책 유기순(54)에게 포섭돼 10여차례 입북한 경력을 지닌 거물급 공작지도원이라고 밝혔다.
김은 쾰른에서 「(주)데코상사 독일지사」란 위장업체를 운영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유학생들과 광부 간호원등에게 생활비와 학자금을 지원, 환심을 사는 수법으로 포섭한 사람들을 입북시키는등 간첩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은 특히 독일에 갓 유학을 와 현지 적응과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에게 여러가지 도움을 베풀며 사상교육을 해 유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기부 관계자는 『김의 존재는 해외 첩보망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으나 구체적인 활동내용은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자수한 한병훈씨 부부의 진술로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동안 김에게 포섭돼 북한의 지원을 받아 공부한 뒤 귀국, 국내에서 간첩행위등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느냐다. 이에 대해 안기부는 『김과 친분 관계를 맺고 있는 교수등 국내 인사들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던중 한씨부부가 자수, 김과 관련이 있는 인사 10여명의 용의점을 확인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기부는 5·6일 교수 3명을 연행, 조사한 결과 이들이 김과 유학시절 친분을 맺은 뒤 서신왕래와 국제통화 독일방문등을 통해 관계를 유지해 온 사실을 확인했을 뿐 간첩행위에 연계된 혐의는 발견하지 못한채 이들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다. 이에 따라 「교수 간첩단」으로 비화될 듯하던 이번 사건은 유학생 부부간첩의 자수사건으로 축소됐다고 할 수 있다.
안기부측은 『북한 공작지도원 김과 접촉한 10여명의 국내 교수들의 용의점을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씨부부의 진술과 단순한 접촉사실만을 근거로 현직 대학교수들을 연행, 조사한 것에 대해서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인상을 씻기 힘들다.
안기부에 연행됐던 성균관대 정현백교수(42·여·사학)도 7일 기자회견에서 『독일유학시절 서울대철학과 선배인 김용무씨를 7∼8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고 외국에서 유학생이 북측인사와 접촉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안기부의 조치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정부 장학금을 받아 비교적 여유있는 유학생활을 했고 북한측에선 어떤 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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